정치

미 연방대법원의 관세 판결문 분석

econtopia 2026. 2. 26. 21:06

2월 20일 미 연방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시행한 관세 조치가 헌법상 의회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행정부의 경제적 권한 한계를 명확히 하고 헌법상 의회의 권한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1. 사건 배경 및 쟁점
1.1. 법적 쟁점과 트럼프의 조치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는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캐나다, 멕시코, 중국으로부터의 불법 마약 유입과 크고 지속적인 무역 적자라는 두 가지 외교적 위협에 대응하고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를 이례적이고 특별한 것으로 간주해 IEEPA에 따른 권한을 행사했다.

1.2. 관세 부과의 상세 내용
대통령은 마약 밀매 관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대부분의 캐나다 및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무역 적자 관련해서는 모든 무역 상대국의 모든 수입품에 대해 최소 10%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수십 개국은 이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았다. 관세 부과 이후에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세율 인상, 인하 및 수정을 시행했다.

2. 대법원 판결
IEEPA는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

3. 법정 의견(Opinion of the Court)
3.1. 헌법상 조세권(Power of the Purse)의 원칙
헌법 제1조 제8항은 “의회는 세금, 관세, 공과금 및 소비세를 부과하고 징수할 권리를 가진다(The Congress shall have Power To lay and collect Taxes, Duties, Imposts and Excises)”고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관세 부과권은 의회의 고유 권한임을 분명히 했다. 관세는 단순히 무역을 조절하는 수단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국민에게 금전적 부담을 지우는 조세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제임스 매디슨이 작성한 연방주의자 논집 제48호를 인용하며 “오직 의회만이 국민의 주머니에 접근할 수 있다(access to the pockets of the people)”는 원칙을 강조했다. 헌법 제정자들은 행정부에 조세권의 그 어떤 부분도 부여하지 않았다. 이는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국가 재원을 마련하거나 국민의 재산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핵심 장치이다.

행정부는 IEEPA 제1702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인 “수입(importation)을 규제한다(regulate)”는 문구가 의회의 조세권을 대통령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두 단어 사이에 16개의 다른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었으며 이 문구들이 “국가나 품목, 금액, 기간의 제한이 없는 무소불위의 관세권”을 보유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3.2. 중요문제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의 적용
중요문제원칙이란 행정부가 경제·정치적으로 막대한 중요성을 가지는 결정을 내릴 때, 근거가 되는 법률 문구가 모호하다면 사법부는 그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의회가 행정부에게 중대한 권한을 위임할 때는 결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명확한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상식’에 기초하는 것이다.

관세는 본질적으로 조세이며, 의회의 가장 원초적이고 핵심적인 권한이다. 이러한 권한이 행정부에게 넘어갔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행정 규제보다 훨씬 더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IEEPA가 제정된 1977년 이후 50년 동안 그 어떤 대통령도 이 법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적이 없었다. 행정부는 수십 년 된 법률에서 행정부의 권한을 찾아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권한의 해석이 아니라 창조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만약 행정부의 주장을 인정할 경우 대통령은 비상사태라는 이유만으로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모든 제품에 대해 세율, 기간, 대상의 제한 없이 관세를 매길 수 있게 된다. 대통령은 관세를 부과하는 데 있어 무제한적 권한을 얻는 것이다.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무제한적 권한을 의회가 법률 안에 ‘규제’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남겨두었을 리 없으므로 대통령은 이 법에 의하여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없다.

4. 법문 해석(Statutory Interpretation)
대법원은 IEEPA 제1702(a)(1)(B)조의 법문 구조, 단어의 의미, 다른 법률과의 체계적 비교를 통해 IEEPA는 대통령에게 제재를 권한을 준 것일 뿐 세금을 걷을 권한을 준 것이 아님을 주장한다.

(a)In general
 (1)At the times and to the extent specified in section 1701 of this title, the President may, under such regulations as he may prescribe, by means of instructions, licenses, or otherwise—
  (A)investigate, regulate, or prohibit—
   (i)any transactions in foreign exchange,
   (ii)transfers of credit or payments between, by, through, or to any banking institution, to the extent that such transfers or payments involve any interest of any foreign country or a national thereof,
   (iii)the importing or exporting of currency or securities,
by any person, or with respect to any property, subject to the jurisdiction of the United States;
  (B)investigate, block during the pendency of an investigation, regulate, direct and compel, nullify, void, prevent or prohibit, any acquisition, holding, withholding, use, transfer, withdrawal, transportation, importation or exportation of, or dealing in, or exercising any right, power, or privilege with respect to, or transactions involving, any property in which any foreign country or a national thereof has any interest by any person, or with respect to any property, subject to the jurisdiction of the United States; and.

 

4.1. 명시적 용어의 결여
IEEPA 제1702(a)(1)(B)조는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9개의 행위(조사, 차단, 규제, 지시 및 강제, 무효화, 취소, 예방, 금지)를 나열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목록에 관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의회가 다른 관세 관련 법안에서는 항상 명시적으로 표현해 왔음을 고려할 때 관세와 같은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려 했다면 명확하게 표현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4.2. 규제와 과세(taxation)의 구분
규제는 ‘규칙에 따라 조정하거나 통제하는 것’을 의미하며, 통상적으로 과세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미국의 수많은 법안이 행정부에 규제 권한을 부여하지만 규제 권한에 과세 권한이 포함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세금이 규제의 목적을 달성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규제 권한이 과세 수단을 당연히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의회는 규제권과 과세권을 모두 부여할 때 항상 이를 명시적으로 구분해 왔다.

4.3. 주변 단어와의 관계(Noscitur a Sociis)
법령에 쓰인 단어의 의미는 서로 연관된 다른 단어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규제와 함께 나열된 8개의 동사들은 모두 제재나 거래 통제와 관련된 조치들이다. 문맥상 이웃 단어들은 의회가 이 목록에 세입을 창출하는 과세 권한을 끼워 넣을 의도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IEEPA 제정 이후 어떤 대통령도 이 법을 근거로 관세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 

5. 별개 의견(Concurring Opinion)
5.1. 고서치
고서치 대법관은 법정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중요문제원칙의 헌법적 정당성을 옹호하고 다른 동료 대법관의 대안적 견해 및 소수의견을 반박하는 데 집중한다. 헌법상 의회는 주인(principal)이고 행정부는 대리인(agent)의 관계에 있으므로 행정부가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권한을 행사하려 할 때 의회의 명확한 지시를 요구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당연한 귀결이라는 것이 이 별개의견의 골자다.

5.2. 배럿
배럿 대법관은 다수 의견의 결론에 동의하면서도 중요문제원칙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고서치 대법관의 견해를 반박하고 텍스트주의적(textualism) 해석을 강조하는 데 집중한다. 그는 중요문제원칙을 특별한 실체적 원칙으로 보기보다는 단어를 맥락 속에서 파악하는 통상적인 텍스트 해석의 한 방법으로 이해한다.

배럿에 따르면 중대한 정책적 결정은 의회가 직접 내릴 것이라는 상식이 존재한다. 이 시각에서 IEEPA의 가장 자연스러운 해석은 법이 관세 부과 권한을 포함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서치가 중요문제원칙을 명확한 문구 원칙(clarity tax)으로 격상시키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다. 고서치와 다르게 배럿은 덜 명확한 표현(less obvious clues)으로도 의회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5.3. 케이건(소토마요르, 잭슨 동참)
케이건 대법관은 결론적으로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이 없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다수 의견이 중요문제원칙을 사용한 방식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케이건은 결론을 내리기 위해 중요문제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케이건은 IEEPA의 핵심 문구인 “수입을 규제한다(regulate importation)”는 표현을 언어적, 입법적 맥락에서 분석한다. 언어적 맥락에서 규제는 과세를 포함하지 않는다. 또한 조항의 9개의 동사와 11개의 목적어를 조합하여 얻을 수 있는 99가지의 행위 중 관세 부과와 같이 세입을 창출하는 권한은 단 하나도 없다. 만약 수입 규제를 관세 부과로 해석한다면 99가지 허용 항목 중 유독 해당 행위만 과세 행위가 되어 법 체계상 매우 이질적인 존재가 된다.

또한 IEEPA를 광범위하게 해석할 경우 법체계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다른 법에는 대통령에게 관세 권한을 주는 여러 조항이 있지만 모두 엄격한 절차적 제한이 걸려 있다. 만약 IEEPA가 대통령의 독자적 판단만으로 무제한의 관세를 허용한다고 해석한다면, 대통령은 굳이 절차적 제한이 있는 다른 법을 따를 이유가 없게 되어 사실상 해당 법률이 사장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5.4. 잭슨
잭슨 대법관은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이 없다는 결론에는 동의하면서도 다수 의견이 사용한 중요문제원칙 대신 입법 기록을 통해 의회의 실제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잭슨은 상하원 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의회가 해당 법안을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목적을 잘 알 수 있다고 본다.

잭슨은 이번 사건의 핵심 문구인 수입 규제가 처음 도입된 1941년 적국거래법(TWEA) 개정은 외국 소유 자산을 조사하고 동결하며 통제할 수 있는 실무적인 능력을 보완해주려 했던 것이지, 새로운 과세 권한을 주려던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1977년 IEEPA 제정 당시의 상원 보고서에서도 IEEPA의 목적을 외국 자산 거래를 통제하거나 동결하는 것으로 명시했다.

마지막으로 잭슨은 사법부가 입법자의 위치에 서서 무엇이 최선의 정책인지 고민하거나 추측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의회가 특정 언어를 법에 포함시킨 이유를 보고서를 통해 직접 밝히고 있다면 법원은 그 의지를 그대로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6. 반대 의견
6.1. 토머스
토머스 대법관은 캐버너 대법관의 반대 의견에 동참하면서도 이번 사건이 권력분립 원칙상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별도의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그는 의회가 대통령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을 금지하는 비위임 원칙(nondelegation doctrine)이 모든 권한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비위임 원칙은 생명, 자유, 재산을 박탈하는 조건을 설정하는 핵심 입법 권한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 물품을 수입하는 행위는 국민의 고유한 권리가 아니라 국가가 허용하는 특혜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수입에 돈을 부과하는 것은 공원을 이용할 때 비용을 받는 것과 유사하며, 이는 개인의 핵심적인 사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관세 부과 권한은 비위임 원칙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또한 대내적인 사안과 대외적인 사안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한다. 외교 및 대외 통상은 국가 간의 관계이며 국가 주권의 문제이므로 의회가 행정부에 매우 큰 폭의 재량을 주는 것이 헌법적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건국 초기부터 의회는 대통령에게 인도와의 무역 규제, 금수 조치 해제 등 대외 통상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을 위임해 온 역사적 전통이 있음을 근거로 들었다.

6.2. 캐버너(토머스, 알리토 동참)
규제의 사전적 의미는 ‘통제하다’, ‘규칙에 의해 조정하다’, ‘지배 원리나 법의 적용을 받게 하다’는 뜻이다. 관세는 수입품을 규칙으로 통제하고 조정하는 가장 전형적인 수단이다. 건국 초기부터 존 마셜, 조셉 스토리, 제임스 매디슨과 같은 인물들은 상업을 규제할 권한에 관세 부과가 포함된다고 보았다. 캐버너는 다수 의견이 규제라는 단어를 과세와 분리하려 한 것은 이들의 통찰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다수 의견의 논리가 논리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다수 의견도 IEEPA가 대통령에게 수입을 완전히 차단하는 금수 조치(embargo)나 수량을 제한하는 쿼터(quota) 권한을 주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수입을 완전히 막아버리는 더 강력한 권한은 있으면서 그보다 훨씬 유연하고 약한 조치인 관세를 부과하는 더 작은 권한이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 중요문제원칙을 적용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역사적으로 외교 및 국가 안보 분야에 중요문제원칙을 적용한 적이 없다. 이 분야에서는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하는 것이 의회의 관행이며, 법원이 잣대를 들이대 대통령의 손발을 묶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그는 이번 판결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법정의견으로 인해 정부는 이미 징수한 수십억 달러의 관세를 환불해 주어야 하며 이는 혼란스러운 상황(mess)을 초래할 것이다. 또한 관세를 지렛대 삼아 체결된 수조 달러 규모의 국제 무역 협정들이 흔들리고 외교적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점을 우려한다.

7. 결론
결국 다수 의견과 반대 의견이 갈리는 핵심 지점은 관세 조치를 과세 행위로 볼 것인지, 아니면 경제학적인 수입 제한 수단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인식 차이에 있다.

다수 의견은 관세 부과를 실질적으로 조세의 부과와 동일한 성격의 행위로 파악한다. 과세 권한은 헌법상 입법부에 전속되며, 법률에 명확하고 구체적인 위임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의회가 행정부에 그러한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는 권력분립 원칙과 조세법률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한 해석이다.

반면 반대 의견은 관세 정책을 정부가 국제무역 질서를 관리하기 위해 활용하는 여러 정책 수단 중 하나로 본다. 국가 안보 등 중대한 공익이 요구되는 경우 법률에 따라 수입을 규제할 수 있으며, 그 수단에는 금수 조치나 수입 할당제뿐만 아니라 관세 부과도 당연히 포함된다는 논리다. 즉 관세를 조세라기보다는 무역규제 수단의 일종으로 이해한다.

개인적으로 반대 의견의 논증 과정에 비약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 국제경제학 교과서에서 관세의 진정한 목적은 정부의 재정 수입 확보라고 설명한다. 물론 전략적 무역정책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법적 성격 자체가 조세임을 전제하지 않은 채 대통령의 광범위한 외교·안보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로 관세 부과를 정당화하는 것은 해석상 과도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접근은 권한 배분에 관한 헌법적 통제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으며, 정파적 이해가 과도하게 반영된 주장으로 비칠 소지도 있다.

 

참고:

  • 폴 크루그먼, 모리스 옵스트펠드, 마크 멜리츠, 《국제경제학》, 김승년 외 역, 시그마프레스, 2022, 제12판.
  • Learning Resources, Inc. v. Trump, 607 U.S.___ (2026).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