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 금괴 대이동
최근 뉴욕상품거래소(COMEX)로 실물 금괴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3개월도 안 돼서 1,500만 온스의 금괴가 미국으로 들어왔다. 미국으로 금괴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런던시장은 금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달러화 힘을 빼려고 금 보유량을 크게 늘려온 중국 등 다른 국가가 금괴 옮기기에 동참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괴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는 직접적 원인은 금 현물과 선물 가격 차이 확대다. 영국에서는 현물거래가 중심인 반면 뉴욕에서는 선물거래가 중심이다. 그런데 지금 금 선물 가격은 현물 가격보다 높은 콘탱고 현상을 보이고 있다. 런던에서 금을 빼내 뉴욕에서 금을 팔면 차익거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개인 금 보유분까지 포함하면 뉴욕시장에 쌓인 금괴는 사상 최대 규모로 추정된다.
2. 관세 부과 공포가 금괴 이동의 배경
트럼프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천명하고 다녔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으로 들어오는 금괴에도 높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관측에 미리 미국으로 금괴를 옮기려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가격에 영향을 주었다.
3. 금본위제 복귀 가능성 부상
뉴욕시장에 금괴가 쌓이면서 금본위제로의 화폐개혁 논의도 고개를 들고 있다. 공화당은 위기를 느낄 때마다 금본위제 복귀를 추진해 왔다. 금본위제 복귀는 2016년 공화당 정책 강령에 실렸고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이어받았다. 트럼프는 누구보다 금본위제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첫째로 연준에 대해서 비판적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부터 연준과 갈등을 보인 바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본인이 연준 인사보다 더 나은 직감을 가지고 있다는 황당한 발언을 하며 연준의 금리 결정 과정에 개입하려는 명분을 제시하기도 했다. 연준이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반대되는 정책을 펼치면서 사사건건 행정부의 일을 방해하고 행정부 요청과 정반대로 갔던 것이 트럼프에게 눈엣가시처럼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로는 금본위제가 부활할 경우 달러화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미국 중심의 질서가 세워진다는 점에서 트럼프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트럼프 집권기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증가가 예상되는데 달러 가치 약세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금본위제로의 화폐개혁이 제시되는 것이다. 달러 가치가 금값에 연동되는 금본위제하에서는 금값만 떨어지지 않으면 달러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4. 시사점
절대적 금 공급량 제한과 금 보유국에 대한 특혜 논란 등으로 금본위제가 시행될 가능성은 낮다. 금본위제가 시행될 경우 통화정책을 활용하지 못해 디플레이션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점도 금본위제로 돌아가기 어려운 배경이다. 하지만 금본위제 회귀 주장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되새길 필요는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미국 일각에서 '달러의 종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의 종말'은 '트리핀 딜레마'에서 비롯된다. 트리핀 딜레마는 기축통화로 쓰이는 통화를 발행하는 나라가 당면하는 양날의 검을 잘 나타낸다. 세계 교역 증가세에 맞춰 달러를 계속 공급하다 보면 미국의 무역적자는 심화될 것이고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결국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할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달러 패권이 더이상 유지되지 않는다면 중국 등 달러를 보유하던 국가는 '달러 함정'에서 벗어나 달러화를 대거 매도한다. 그 결과 달러 가치가 추가적으로 떨어지는 악순환에 봉착한다.
따라서 금본위제 부활 논의는 그 자체만으로 외화 보유, 재테크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달러를 보유하는 데 따른 위험이 커질 경우 각국의 중앙은행이나 개인 투자자들은 달러 대신 자산의 가치를 저장할 다른 수단을 찾아야 한다. 그 대상은 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암호화폐를 고려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참고:
- 곽현수, 〈우리는 금본위제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한겨레》, 2018. 11. 13.(https://www.hani.co.kr/arti/economy/global/870033.html)
- 이재철, 〈[뉴스분석] 트럼프는 왜 연준에 시비를 걸까?〉, 《매일경제》, 2024. 8. 12.(https://www.mk.co.kr/news/world/11090706)
- 한상춘, 〈세계 금괴 대이동, 50년 만에 재현…트럼프의 화폐개혁 구상은〉, 《한국경제》, 2025. 2. 2.(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20278581)
- 한상춘, 〈트럼프 2기, 세계경제는 어떻게 움직일까〉, 《한국경제》, 2024. 12. 5.(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11252848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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