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줄 요약
불평등은 시장 비효율과 성장 둔화로 이어지는 경제적 문제를 발생시키므로 정부는 적극적으로 불평등 완화에 나서야 한다.
2. 시장 실패와 지대 추구
시장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시장을 방치하면 많은 수요가 충족되지 않고, 자원의 배분이 왜곡돼 불평등과 사회 후생의 감소로 이어진다. 자본주의는 성장의 과실을 안겨주는 동시에 불평등, 환경 오염, 실업이라는 비용을 우리 사회에 떠넘긴다. 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제 역할을 수행할 때, 개인이 받는 보수는 그가 사회에 기여한 가치와 일치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가 일치하지 않을 때 시장 실패(market failure)가 발생한다. 외부효과, 정보의 불완전성, 위험 보장 시장의 부재 등은 모두 시장 실패를 초래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정부가 시장 실패를 바로잡는 데에 성과를 올릴 때에만 그 나라는 번창한다. 그런데 기업들은 시장의 투명성을 떨어뜨리고 반경쟁적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의 집행을 막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면서 시장 실패를 오히려 심화시킨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지대 추구(rent seeking)다. 지대 추구란 이미 존재하는 부 중 상대적으로 많은 몫을 아무런 대가 없이 차지하려는 행위를 말한다. 스티글리츠는 지대 추구야말로 불평등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3. 불평등이 문제인 이유
불평등한 경제는 효율적이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고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이 낮기 때문에 소득이 상위 계층에 집중될수록 충수요는 위축된다. 예를 들어, 미국 상위 1%가 국민 소득 2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소득의 5%p만 하위 계층에 옮겨도 총수요가 1% 늘어나고 국민 생산은 1.5~2%p 가량 증가한다.
이처럼 불평등은 수요 부족을 야기하고, 정부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 인하나 규제 완화 같은 정책을 시행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특정 산업의 거품을 발생시키고, 거품 붕괴 후에는 경기 침체가 뒤따른다. 침체기에는 자원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기업은 투자 위험을 회피해 성장이 둔화된다. 즉, 불평등은 경제 전반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불평등은 대부분 지대 추구 행위에서 비롯된다. 지대 추구는 자원 배분을 왜곡해 국가의 생산성과 복지를 후퇴시킨다. 인재가 비생산적 부문으로 이동하고, 독점력이 강화되며, 물가가 높게 형성되는 등 사회적 낭비가 커진다. 결국 개인의 보수와 사회적 기여가 불일치할수록 시장의 효율성은 저하되고 성장 동력은 약화된다.
4. 민주주의의 위기
불평등 심화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탓도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1인 1표가 아니라 1원 1표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듯하다. 정치 효능감이 떨어진 사람은 투표 비용이 높아져 투표 참여를 포기한다. 그 결과 부유층은 더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부유한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치 과정을 이끌어내고, 나머지 유권자의 정치적 환멸감을 더욱 강화한다. 이러한 악순환은 정치적 불신을 확대시키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
우파 이데올로기는 시장은 항상 효율적이고 정부는 항상 실패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현실을 외면한 믿음이다. 성공적인 경제를 이룩한 거의 모든 사례에는 정부의 결정적인 역할이 있었다. 정부 투자가 충분하지 않으면 불평등이 고착화되어 시장의 비효율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5. 정부의 역할과 정책 방향
재정 적자는 대체로 경기 침체의 결과이지 정부의 방만한 운영 탓이 아니다. 재정 긴축은 오히려 경기를 위축시켜 재정 상태를 더 악화시킨다. 정부의 목표는 긴축이 아니라 완전고용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또한 지대에 대한 과세는 경제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이 된다.
세금은 단순히 부를 이전하는 도구가 아니다. 세금은 부정적 외부 효과를 낳는 행위에 대한 유인을 감소시키고 자원을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영역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시장 왜곡을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 상위 계층의 부 상당수가 국가 보조금, 금융 특혜, 데이터 독점 등 공짜 혜택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상위 계층에 대한 세율 인상은 정당한 조치일 뿐 아니라 경제 효율성을 높이는 정책이다.
한편 정부는 중하위 계층에 대한 교육 투자를 확대하고 숙련 노동력의 수요를 늘려야 한다. 이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다. 균형예산 승수 이론에 따르면 정부가 조세 수입과 재정 지출을 동시에 증가시키면 경제는 성장한다. 반대로 조세 수입과 재정 지출을 똑같이 줄이면 경제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나타난다. 국가의 미래에 투자하는 전략을 채택하면 중장기적으로 국가 채무는 줄어들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유층에 대한 과세가 생산과 저축을 저해한다고 주장하지만, 스티글리츠는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공급이 아니라 수요 부족"이라고 반박한다. 중하위 계층의 소득을 늘리고 정부가 공공투자를 확대하면 총수요가 늘어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채무도 감소한다.
6. 통화정책의 한계
금리 조절을 통해 경제를 쉽게 제어할 수 있다는 믿음은 환상이다. 부동산 거품 억제를 위해서는 금리 인상보다 주택 담보 대출 규제가, 기술 산업 침체에는 금리 인하보다 공공투자 확대가 더 효과적이다.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은 대체로 상위 계층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임금 상승 시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하여 실업률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노동소득의 몫을 줄이는 방식으로 분배 왜곡을 심화시킨다.
이로 인해 노동 생산성 상승률은 임금 상승률을 수 배로 앞질렀고 실질소득 정체와 불평등 심화가 이어졌다. 스티글리츠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만을 중시하고 분배 문제를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7. 개인적 이익에 대한 올바른 이해
불평등 완화는 상위 계층을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성취와 노력을 인정하되, 사회적 기여 없는 소득인 지대에 대해서는 막대한 과세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지대는 하위 계층의 소득을 흡수하며 시장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효율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강화하고 착취를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교육, 과학기술, 사회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서민층의 생활 안정을 강화하면 효율성과 역동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사회의 공정성이 강화되면 상위 계층의 정치적 지배력은 약화되고 경제적 불평등도 완화될 것이다.
스티글리츠가 강조하는 '개인적 이익에 대한 올바른 이해'란 타인의 복지 증진이 곧 자신의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인식이다. 불평등 완화와 공공복지 확대는 상위 1%에게조차 이익이 된다. 따라서 경제적 평등은 도덕적 요구가 아니라 합리적 이기주의의 결과로 이해되어야 한다.
8. 총평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을 도덕이나 정의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그는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불평등이 시장의 비효율을 낳고 성장 잠재력을 훼손한다고 지적한다. 윤리적 당위가 아닌 효율성의 논리로 불평등을 비판하는 그의 접근은 시장주의자들에게조차 설득력을 가진다.
《불평등의 대가》는 지대 추구, 특허, 금융 규제, 관세 등 정부 정책이 어떻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관세나 보호무역은 경쟁력을 잃은 산업에 특혜를 주고 이들 산업에 이익이 과도하게 쏠려 사회적 비효율을 확대한다. 반면 정부의 공교육 투자 확대, 기초 연구, 사회 인프라 투자는 일종의 공공재를 생산하는 것으로서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한다.
스티글리츠는 경제의 효율성과 생산성, 형평성을 동시에 개선시킬 수 있다고 단언한다. 지대 추구 기회를 줄이고 누진세를 강화하며 공정한 제도를 확립하고 정치에 대한 신뢰를 향상시켜야 한다. 사람들이 경제와 정치 시스템이 공정하다고 믿을 때 비로소 사회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우리 사회도 불평등의 수준을 완화하고 기회의 평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스티글리츠의 통찰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정책 설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불평등을 줄이는 것은 정의로운 선택일 뿐 아니라 효율적인 선택이다." 이 문장이야말로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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