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한국경제

한미 무역협상 타결, 안도감 속 남은 숙제들

econtopia 2025. 10. 30. 12:01

어제 한미 양국이 극적으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핵심으로 하는 관세 협상에 합의했다. 이번 협상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종 타결된 것이다.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은 미국에 연간 200억 달러 한도로 2,000억 달러를 현금 투자하고,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현금과 보증을 혼합 방식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투자 수익은 5대 5로 배분하기로 했다. 연간 200억 달러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지급된다. 캐피털 콜은 일시 지급이 아니라 필요 시점에 따라 단계적으로 투자금을 납입하는 형식이다.

 

한국은행은 연간 150억~200억 달러 규모의 해외 투자는 외환시장에 중립적인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되기 때문에 외환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협상 결과는 관세 부문에서도 의미가 있다. 반도체 관세는 경쟁국인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조정됐고, 자동차 및 부품 관세는 15%로 인하, 상호관세는 15%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출 충격 우려가 다소 완화됐고, 정부가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3,500억 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점은 분명 부담이다. 그만큼 국내 생산적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제조업 공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합의한 투자 외에도 기업들은 생산기지 이전 등 개별적인 대미 투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최근 3분기 GDP가 설비투자 증가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핵심 산업의 생산기지 이전은 중장기 성장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정부의 과제는 분명하다. 해외 투자와 병행해 국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생산적인 산업으로 유도하고, 취약한 내수를 보강할 재정정책과 가계부채 관리가 필요하다. 아울러 공공 투자와 인프라 확충을 통해 생산성이 강화되는 토양을 마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대외 환경이 불확실한 시기일수록 견실한 내수가 한국 경제의 완충장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