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산성 저하와 투자 부진의 악순환
우리나라 경제가 1990년 이후 구조적으로 둔화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을 거치면서 경제성장 추세는 단계적으로 둔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핵심 배경 중 하나는 기업 수익성 악화에 따른 투자 부진이다. 그런데 경제의 정화 메커니즘(cleansing effect)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으면서 성장 추세 둔화가 심화되었다.

경제 위기 이후 투자 부진은 금융 제약 요인보다는 수익성 악화에 주로 기인하기 때문에 단순한 금융지원으로는 투자 부진을 해소하기 어렵다. 보다 근본적으로 한계기업의 퇴출과 신생기업의 진입을 원활히 하여 자원이 생산적·효율적 부문으로 재배분될 수 있도록 하는 정화 메커니즘을 확립해야 한다.

한계기업이 시장에 잔존할 경우 저생산성 부문에 자본과 인력이 고착화되면서 기업의 신규 진입을 통한 혁신과 투자가 제약된다. 이와 같은 비효율적 자원배분 상태가 장기화되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저하되고 투자 부진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아래 자료를 보면 퇴출 고위험기업은 실제로 시장에서 퇴출된 기업보다 수익성과 재무 여건이 더 열위임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이 양호해 생존을 이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정리되어야 할 기업이 금융기관의 지원으로 유지되는 역설적 상황이며, 정화 효과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금융지원 선별성 강화 필요
정책적 시사점은 금융지원을 무차별적으로 확대하기보다 기업의 원활한 시장 진입·퇴출을 통해 경제의 혁신성과 역동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원의 선별성과 보조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 지원은 경제 전반에 필수적인 전략 산업과 일시적으로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기업, 그리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초기 혁신기업 등 실질적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대상을 중심으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규제 완화를 통해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개발수요를 창출해 우리 경제의 미래 동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 경제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등에서 기술적인 우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신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한 규제 혁신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3. 정리
우리나라의 구조적 성장 둔화는 만성적 투자 부족에서 기인한다. 한계기업의 잔존으로 인해 자본과 노동이 비효율적 부문에 고착되는 현상이 투자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러한 왜곡된 자원배분은 기업 수익성 악화와 투자 위축을 심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정책기관이 기업 지원에 있어 보다 엄격한 선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 결론이다.
현실에서 부실기업이 쉽게 퇴출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은행은 건전성 규제 부담 때문에 손실 인식을 지연하려 하고,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이 유지되면 리스크가 낮아지기 때문에 만기 연장을 선호한다. 그 결과 부실기업은 단기 지급불능을 피해 생존 기간을 크게 연장할 수 있고, 금융지원에 지속적으로 의존하면서 좀비기업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면 정화 메커니즘이 약화되고 생산성 감소, 자원배분 왜곡, 새로운 경쟁력 있는 기업의 시장 진입 지연 등 부정적 결과가 발생해 금융권 내부에서도 부실채권이 누적되는 문제가 나타난다.
따라서 정책지원의 선별성을 강화하고 회생가능성과 생산성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실기업 식별 모형을 고도화하고 보증기관의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조기 법정 구조조정을 권고하는 등 구조조정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는 제도적 정비가 요구된다.
참고:
- 이종웅, 부유신, 백창인, 〈경제위기 이후 우리 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는가? : 기업 투자경로를 중심으로〉, 《BOK 이슈노트》 제2025-33호, 한국은행, 2025. 11. 12.(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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