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반도체 수출의 최근 흐름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물량이 아니라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우리나라 실질 GDP에 큰 기여는 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반도체 생산에 필수 소재인 웨이퍼 투입량이 크게 늘지 않았으며, 우리 반도체 수출의 주력품목인 DRAM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수출액은 물량과 물가의 영향을 받아 변한다. 이때 품질 향상으로 인한 부분은 물가지수에 반영되지 않고 물량 증가로 산정된다. 반도체 메모리 칩도 데이터 용량이나 전송속도가 개선된 신모델은 출하될 때 물량이 증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출하량이 같더라도 고품질 제품의 비중이 확대될 경우에 물량은 증가한다. 특히 DRAM은 단위당 저장용량이나 전송속도가 우수한 모델로 계속 진화해 왔기 때문에 생산능력(capacity)을 대표하는 웨이퍼 투입능력이 크게 늘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반도체 물량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웨이퍼 투입능력은 2010~2024년중 연평균 5.4% 증가한 반면 DRAM 총용량은 같은 기간 연평균 23.6%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물량은 제품 혁신이 이어져 오면서 장기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인다.

1.1. 반도체 수출물량
반도체 수출물량은 올해 1분기 주춤했지만 2분기부터 전년동월대비 뚜렷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신규 투자가 빠르게 늘어난 데다, 기존 서버의 메모리 교체 주기도 도래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전반적으로 확대되었다. 여기에 DDR4 단종이 예정된 상황에서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선수요까지 가세했다. 특히 기존 DRAM보다 패키지 용량과 전송대역폭이 크게 향상된 HBM(High Bandwidth Memory)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등 고성능 반도체 비중의 확대도 수출물량 증대에 기여했다.

1.2. 반도체 수출물가
반도체 수출물가는 올해 9월 들어서야 전년 수준을 회복했다. 품목별 고정가격 추이를 보면 10월 들어 범용 DRAM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강화됨에 따라 DRAM 가격의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이에 더해 NAND플래시 등 다른 품목의 가격 상승 압력까지 확대되면서 전체 반도체 수출물가 역시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정리하면, 올해(1~10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7% 늘었는데 이는 거의 전적으로 물량 증가에서 비롯되었으며 가격 요인의 영향은 미미했다. 결국, 올해 반도체 수출은 물량이 이끌었으며 이에 따라 실질 GDP 성장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2. 반도체 수출 전망
반도체 수출물량은 내년에도 증가하겠지만 그 속도는 올해보다 둔화될 전망이다.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 증가세가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반도체 기업의 생산라인이 고사양 제품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기존 범용 DRAM의 공급 여력은 더욱 축소됨에 따라 초과수요로 인한 가격 강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을 종합하면 내년 반도체 수출은 물량 증가가 주도했던 올해와는 달리 주로 가격 상승에 힘입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반도체 수출액은 올해보다 더 좋은 흐름을 보일 전망이나 반도체 물량은 증가세가 올해보다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 정책(적용범위와 수준)이 확정되지 않고 있어 향후 반도체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AI 투자 버블이라는 세간의 인식도 있는 만큼 앞으로 반도체 수출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수급 여건과 정책 환경 변화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겠다.
참고:
- 권영순, 노선화, 《반도체 수출, 한 발짝 더 들여다보기》, 한국은행 블로그, 2025. 12. 5.(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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