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 25

나이절 워버턴, 《철학의 주요문제에 대한 논쟁》, 1995

1. 총평이 책에서 저자는 철학이 다루는 여러 주제 가운데 핵심적인 주제를 골라 관련 이론과 그에 대한 반박을 소개하고 있다. 신, 도덕성, 정치, 실재하는 세계, 과학, 마음, 예술이라는 일곱 가지 주제가 그것이다. 각 장에서는 '신은 존재하는가?'와 같이 누구나 한 번쯤은 품었을 법한 질문부터 '이 세계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존재하는가?'와 같은 난해하고 생소한 질문까지 다룬다. 각 주제별로 다양한 이론과 그에 대한 반박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면 어느 한 주장만 편식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이론을 둘러싼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다. 또한 논증과 반박의 과정을 통해 어떤 주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태도 또한 기를 수 있다. 비록 명쾌..

한국 사회 불평등의 현주소

1. 한국의 불평등 현황국회입법조사처에서 한국의 불평등을 다룬 보고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자산 격차와 함께 다양한 영역의 격차가 상호작용하며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득뿐 아니라 교육, 건강, 주거 등 영역에서도 계층에 따른 격차가 구조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불평등이 복합적인 형태로 고착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향후 불평등 완화 정책이 소득 중심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자산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순자산 지니계수와 상위 10%의 순자산 점유율이 모두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소득 불평등은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게수는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 또한 순자산의 상위 20% 집중도가 가..

경제/한국경제 2025.12.30

내란당임을 자인한 국민의힘

28일 오후 이혜훈 전 의원이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지명되었다. 속보를 접하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이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행적은 현 정권의 기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한나라당 시절, 정치 풍자라는 명목 아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점철된 연극 '환생경제'에 출연한 바 있다. 또한 서초구 국회의원으로서 부동산 재건축 붐을 주도해 강남 지역 유권자들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에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회 이전까지는 이혜훈 지명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자 한다. 현재까지 나온 입장은 청와대와 후보자 본인의 원론적 설명에 그치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논란이 된 발언과 행적에 대한 직접적인 ..

정치 2025.12.29

자크 타르디, 《그것은 참호전이었다 1914-1918》, 2014

대중문화의 관심에서는 다소 비켜나 있는 제1차 세계대전을 주제로 한 만화이다. 작가가 그려내는 전쟁의 모습은 앞으로 나아가지도, 그렇다고 물러서지도 못한 채 서로를 향한 적대적 공방만을 주고받는, 과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공전의 연속이다. 프랑스군과 독일군이 마주한 전선 사이에는 무인지대가 형성되어 있고 양측은 무인지대를 주시하며 경고 사격을 주고받는다. 이러한 상황은 참호전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참호전이란 구덩이를 만들고 그 아래에서 포격에 대비하는 전투 양식을 있는 것을 말한다. 이는 결국 상대를 결정적으로 돌파하지 못한 채 전쟁이 장기화되고 끝나지 않았던 제1차 세계대전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만화는 제1차 세계대전의 전개를 개괄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전쟁에 참여한 개개 군인들의..

독서/역사 2025.12.28

주토피아(2016)

최근 개봉한 〈주토피아 2〉를 보기 전에 2016년에 개봉한 〈주토피아 1〉을 다시 봤다. 명작은 다시 봐도 여전히 재미있었다. 귀여운 캐릭터뿐만 아니라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사회고발적인 메시지까지 담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몸집이 작은 토끼 주디 홉스는 어릴 적부터 경찰관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토끼 가족들은 모두 그녀의 꿈을 비웃었다. 그 누구도 토끼가 경찰관이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혹독한 경찰학교 생활을 이겨내고 수석으로 졸업한 주디 앞에 펼쳐진 현실은 동료들의 선입견과 따돌림이었다. 그럼에도 특유의 사명감을 지닌 주디는 동료의 무시와 차별을 극복하고 주토피아의 숨겨진 음모를 해결하며 간판 경찰관으로 성장한..

영화 2025.12.27

토마 피케티, 《평등의 짧은 역사》, 2021

1. 총평역사적으로 불평등은 감소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 흐름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시적으로 불평등이 확대되는 국면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고, 1980년대 보수 혁명 이후 지금까지가 그러한 반동기에 해당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반동기가 수십 년 안에 끝날지 수세기에 걸친 암흑기로 이어질지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미 트럼프주의와 브렉시트, 튀르키예 등에서 나타나는 민족주의의 득세는 세계적 불행의 서막일 수도 있다는 불안을 자아낸다. 피케티가 강조하듯 불평등은 언제든 다시 확대될 수 있다. 그렇기에 평등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결코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다. 평등은 정치적·사회적 투쟁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다. 이 책은 평등으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보다 정의롭고 ..

독서/경제 2025.12.26

back number - ヒロイン(2015)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의 주제곡 ハッピーエンド를 부른 back number의 명곡 중 하나다.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그녀에 대한 생각에 잠기는 주인공의 마음을 담은 노래다. 주인공은 책과 노래, 영화 속 여주인공에 그녀를 겹쳐 보며 좋아하는 마음을 키워 간다. 그러나 정작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지 못한 채 연락 한번 하지 못하고 독백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슬픈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최근에는 성시경이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곡을 불러 화제가 되었다. 君の毎日に僕は似合わないかな白い空から雪が落ちた別にいいさと吐き出したため息が少し残って寂しそうに消えた君の街にも降っているかな 너의 일상에 난 어울리지 않는 걸까하얀 하늘에서 눈이 내렸어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내뱉은 한숨이살..

음악 2025.12.25

드디어 칼을 빼든 당국, 환율 30원대 급락

오늘 달러/원 환율은 당국의 강도 높은 구두 개입과 수급 대책에 힘입어 1,440원대로 급락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면서 환율의 변곡점을 예고했다. 정부는 환율 안정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높은 수위의 경고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기획재정부에서는 최근 환율 상승 요인 중 하나로 지목돼 온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매수세를 완화하고, 이들의 자금을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조치를 발표했다. 해외주식을 매도한 뒤 국내 주식에 1년간 투자할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1년간 비과세하는 방안이 발표되었다. 여기에 보유하고 있는 해외주식에 대하여 환헤지를 실시할 경우 양도소득세 계산 과정에서 추가 ..

외환시장 2025.12.24

위안화는 왜 강세를 보이고 있는가

위안화가 최근 파죽지세의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달러 약세 국면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고 있는 통화로 평가된다. 반면 원화나 엔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대만 달러와 인도 루피화 역시 뚜렷한 강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달러 약세라는 공통된 환경 속에서도 위안화만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수출 회복과 구조적 경상수지 흑자11월 중국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9% 증가하며 증가폭이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올해 무역흑자는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전자제품 등 제조업 부문의 고부가가치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출이 일정 수준 이상의 물량을 유지할 경우, 중국은 구조적으로 경상수지 흑..

외환시장 2025.12.23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2025)

고속승진을 거쳐 대기업 부장에 오른 데다 서울에 자가를 보유하고 자녀는 명문대에 재학 중인 김 부장의 삶은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인다. 뼛속까지 능력주의자인 그는 실무자로서는 두각을 드러냈지만 관리자 직급으로 넘어오면서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낸다. 결국 팀 성과 부진으로 임원 승진에 차질을 빚게 된다. 가족과 주변에 공언했던 임원 승진이 무산되자 그는 회사를 떠난다. 퇴직 후 자본소득에 집착한 김 부장은 상가 투자 사기를 당한다. 이미 퇴직금에 더해 대출까지 받은 상황이었기에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가족은 서울의 집과 외제차를 처분하고 교외로 이사를 간다. 김 부장은 형이 운영하는 카센터에서 세차 일을 하며 언젠가 다시 서울로 돌아갈 날을 꿈꾼다. 이야기 자체는 흥미로웠다. 영업 능력은 뛰어나지만 승진에 실패..

드라마 2025.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