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하자 금융시장에 한 차례 큰 혼란이 있었다. 워시는 매파적 성향의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그가 연준 의장이 될 시 금리 인하에 소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금리가 급등했고, 금과 은 등 원자재 가격이 큰 변동성을 보이며 급락했다.
워시는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이사로 임명되었다. 이사 재직 당시 물가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두며 강한 긴축 정책을 옹호해 왔다. 인플레이션은 과도한 통화 공급에 따른 결과라면서 양적완화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연준의 비대해진 대차대조표에 대해서도 정부 부채 누적을 촉진했다며 비판했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서는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트럼프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AI 발전이 생산성을 개선시켜 중요한 디플레이션 요인이 되었기 때문에 금리를 내려도 된다는 논리다. 또한 워시의 장인은 트럼프의 오랜 후원자인 로널드 로더다. 이러한 배경은 인적 유대를 중시하는 트럼프의 성향과 맞아 떨어진다.
7년 전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에도 워시는 연준 의장으로 고려된 바가 있다. 그 당시 나왔던 비판을 살펴 보자. 워싱턴 포스트의 "How to be wrong about almost everything and maybe be Fed chair anyway: the Kevin Warsh story" 기사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인 워시는 월가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뒤 부시 행정부 백악관에서 일했다. 그는 학문적 배경이나 금융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았음에도 연준 이사로 임명되었다.
2006년 연준 이사로 지명되었을 시 전 연준 부의장 프레스턴 마틴은 "내가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이라면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원은 워시를 승인했다. 참고로 몇 년 뒤인 2010년 공화당 상원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피터 다이아몬드를 "적절한 배경과 경험, 정책적 역량이 부족하다"면서 인준을 거부했고 그는 끝내 낙마한 바 있다.
물론 경제학 박사가 없는 사람 중 훌륭한 중앙은행가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워시는 과도하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근원물가가 2% 초반대 안정적인 수준을 보일 때에도,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다음 날에도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거두지 않았다. 그의 전문분야는 '보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보는 것'이었다.
반면 그가 우려하지 않았던 것은 은행이 감수하고 있던 과도한 위험이었다. 그는 "금융 혁신은 경제가 가지고 있던 강점의 원천이 되었다"고 말하며 신용부도스와프(CDS)와 기타 파생상품들의 이점을 강조했다. 물론 이는 워시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당시 연준 인사 대부분이 인플레이션에 집착하다가 금융시스템 내부의 시한폭탄을 감지하지 못했다.
문제는 워시가 실수로부터 배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실업 문제보다 망상 속의 인플레이션 문제를 더 걱정하면서 적극적인 경기 부양 노력을 약화시켰다. 그는 2% 인플레이션을 10% 실업보다 더 큰 위협으로 본 사람이다. 과연 그가 균형 잡힌 정책을 설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 많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보자. 워시는 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연준 의장이 된다면 트럼프의 요구대로 금리를 빠르게 낮출 가능성이 높다. 한술 더 떠서 워시는 연준이 지나치게 데이터에만 의존한다고 비판한다.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는 연준은 어떤 연준이 될지 상상하기 힘들다.
워시가 연준 이사로 지명된 이상 트럼프와 내밀한 소통을 이어왔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그의 커리어나 집안 배경을 감안하면 이러한 우려는 더욱 자연스럽다. 과거 닉슨 행정부 시절, 연준이 대통령의 이해관계에 맞춰 움직였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연준 의장은 정치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한지는 지켜볼 일이다.
한편으로는 트럼프가 과연 워시를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든다. 지난해 11월 워시가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글을 보면 워시는 금리를 인하함과 동시에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특히 장기금리의 하방경직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가 지명된 배경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어쩌면 그가 제2의 파월이 될지도 모른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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