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미국경제

이민 제로 시대의 서막, 미국의 암울한 미래

econtopia 2025. 10. 10. 15:00

1. 트럼프의 제로 이민 정책

1950년대부터 매년 미국에 유입되는 인구는 떠나는 인구보다 많았다. 바이든 대통령 시절까지 순이민자 수는 250만 명이 넘었다. 그러나 올해 미국에 순유입되는 인구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자료: The Economist

 

트럼프 행정부는 국경을 매우 빠르게 봉쇄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은 사실상 폐쇄된 상태이며 소수의 백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을 제외하면 망명을 허가받는 난민은 거의 없다. 멕시코 국경에서의 불법 이민자 단속 건수(Encounters) 역시 급감했다.

자료: The Economist

 

트럼프 대통령은 고숙련과 저숙련 노동자를 구분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미국으로 오는 우수 인재들이 주로 사용하는 H-1B 비자의 발급 비용을 10만 달러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 반이민 정책의 부작용

급격한 이민 정책 변화는 미국 경제와 사회에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M7(Magnificent Seven)이라 불리는 7대 기술기업 CEO 중 4명은 해외에서 태어났고 그 중 3명은 백악관이 공격 대상으로 삼는 유학생 비자나 숙련 노동 비자를 통해 입국했다. 반면, 농장 노동자의 절반, 건설노동자의 4분의 1은 이민자이며, 상당수는 불법 이민자다.

 

2.1. 노동력 감소와 비용 상승

노동력 감소는 경제성장 둔화와 생활 수준 저하를 초래한다. 많은 기업이 이민자에 의존하는 가운데, 신규 이민자의 유입이 멈추면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생산 차질과 비용 상승이 뒤따른다.

 

실제 사례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시행한 'Secure Communities'라는 이민자 추방 강화 프로그램은 건설업에서 노동력 부족을 초래해 신규 주택 가격을 20% 상승시켰다.

 

2.2. 통화정책 불확실성 증대

이민자 감소는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도 혼란을 가져온다. 미국 비농업고용 증가폭은 연초 월 10만 명 이상에서 현재 약 3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만약 고용 부진이 이민 감소 때문인데도 이를 총수요의 구조적 둔화로 잘못 해석해 금리를 과도하게 인하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다. 그러한 오판을 피하려고 필요한 금리 인하를 미루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2.3. 생산성 저하

이민자들은 노동력 확충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 이민자와 자국민 모두 각자의 전문분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숙련 이민자가 청소, 식당, 도축업 등의 일을 맡으면 다른 부문의 노동자는 더 숙련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IMF 연구에 따르면 성인 인구 중 이민자 비중이 1%p 상승할 때 1인당 GDP는 약 2% 상승한다.

 

특히 고숙련 이민자를 차단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숙련 이민자는 전체 노동력의 5%에 불과하지만 전체 노동소득의 10%를 벌어들이고 있다. 특허를 기준으로 볼 때 이민자들은 미국 내 혁신의 3분의 1을 만들어내고 있다.

 

매년 약 13만 개의 H1-B 비자가 발급되며 이 중 3분의 2는 기업 대상 추첨제로, 나머지 3분의 1은 대학과 연구기관 전용 경로를 통해 배분된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10만 달러의 비자 수수료 부과는 박사후 과정을 밟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이다. 그들은 10만 달러짜리 비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급여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2.4. 부양비율 급등과 재정 부담

미국은 매우 불리한 시점에 국경을 닫고 있다. 새로운 이민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미국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 부담으로 부양비율이 급등할 것이다.

자료: The Economist

 

한편 미국은 고령화로 인한 재정 부담 때문에 정부 지출은 세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CBO에서는 바이든 행정부 시기의 이민 유입 증가가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약 900억 달러(GDP의 0.2%) 규모로 재정적자를 줄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왜냐하면 이민자들이 (1)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2)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존 노동자의 소득세 수입까지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민 감소는 이 효과를 정반대로 만든.

자료: The Economist

 

3. 결론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시기의 통제되지 않은 이민에 대한 분노 덕분에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그러나 현재 여론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9%가 이민이 국가 전체에 이롭다고 응답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오마르 M. 야기는 요르단에서 태어나 15세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난민 가정 출신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했음에도 세계적인 화학자가 됐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지식의 확산은 종종 지역을 넘나드는 사람에게서 비롯된다"고 말해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오는 학자들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트럼프의 강경한 이민 정책이 외부 인재 유입에 장벽을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럼프의 정책이 그리 인기가 없더라도 그가 도입한 정책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래 지속된다. 3년 후 후임 대통령이 이민자를 다시 받아들이더라도 이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뒤일 것이다.

 

참고:

  • 김태종, 〈'역대급 흙수저 노벨상' 야기 "과학은 가장 위대한 평등의힘"〉, 《연합뉴스》, 2025. 10. 9.(링크)
  • The Economist, "Welcome to Zero Migration America", Oct. 7, 2025.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