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

베리언 교수의 발표에 대한 조언

econtopia 2026. 2. 6. 11:07

미시경제학 교과서 저자로 잘 알려전 베리언 교수는 The American Economist에 기고한 논문에서 발표와 관련한 흥미로운 조언을 제시한다.

이 논문은 경제학 모델을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도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팁을 제공하는 글이다. 연구자가 자신의 모델을 정교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청중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베리언 교수는 Controlling the audience라는 소제목 아래에서 예비 발표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조언을 제시하고 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많은 사람들이 갖는 가장 큰 두려움 중 하나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라고들 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조교수들도 이런 문제를 겪을 것이다. 하지만 수백 명의 학생들 앞에서 수년간 강의를 하다 보면, 이런 두려움은 사라진다.

사실 강의는 점점 중독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우리 가족이 종종 나에게 상기시켜 주듯이). 수학자 R. H. Bing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젊었을 때는 수학 강의를 하나 하는 편이 하나를 듣는 것보다 더 좋았다. 이제 나이가 들고 더 성숙해진 지금은, 수학 강의를 하나 듣느니 두 개를 하는 편이 더 좋다.”
강의를 하는 것은 굴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 첫 번째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지만, 한 번 맛을 들이면 멈추기 어려워진다.

세미나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서론, 본론, 결론이다. 서론에 대한 나의 조언은 간단하다. 서론을 만들지 말라. 나는 길고, 허세에 차 있고, 내용 없는 서론 때문에 망가진 세미나를 많이 보았다. 큰 그림을 몇 문장으로만 말한 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청중이 당신의 발표에서 기억하는 시간이 대략 20분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20분은 보통 처음 20분이다. 그러므로 그 첫 20분 안에 반드시 의미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결론에 관해서 말하자면, 가장 흔한 문제는 세미나가 어정쩡하게 조용해지며 끝나는 것이다. 이는 좋은 발표도 망칠 수 있다. 나는 항상 마지막 몇 분 동안, 내가 무엇을 했는지와 왜 청중이 그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요약한다. 결국 이것이 사람들이 발표 후에 가지고 돌아갈 내용이기 때문이다. 청중이 스스로 알아내게 하기보다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직접 말해 주는 편이 낫다.

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이 강의에서 슬라이드를 사용한다. 이로 인해 발표가 즉흥적이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대신 보통 더 잘 조직된 발표가 된다. 나의 조언은 서론용 슬라이드는 한두 장, 결론용은 한 장으로 제한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핵심 기여를 더 빨리 제시할 수밖에 없다. 또한 슬라이드는 크게 만들어라. 큰 글씨를 사용하고, 한 장에 너무 많은 내용을 넣지 마라.

발표에서 피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청중을 졸게 만들지 말 것, 그리고 지나치게 떠들게 만들지 말 것. 목표는 청중이 당신의 말을 듣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고 있으면 메시지는 전달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당신보다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세미나의 통제권을 잃지 마라.

통제권을 유지하는 핵심은 초반에 신뢰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 번째 결론을 매우 자세히 설명하라. 누구도 오해할 수 없도록 각 요소를 철저히 풀어서 설명하라. 이렇게 하면 반드시
“n명의 에이전트로 일반화할 수 있나요?”
“이분산성(heteroskedasticity)은 보정했나요?”
같은 질문이 나온다.

답을 알고 있다면 바로 대답하라. 모른다면, 혹은 질문이 엉뚱하다면,
“좋은 질문입니다. 세미나 끝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라고 말하라(물론 대부분은 다시 이야기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옆길로 새지 않는 것이다. 첫 결과를 자세히 다루는 목적은 신뢰를 쌓는 데 있다.

일단 결과를 제시했고, 청중이 요점을 이해했다는 신호가 보이면, 그다음에 일반화와 확장 논의를 해도 된다. 초반에 신뢰를 잘 구축했다면, 이제 청중은 당신이 하는 말을 거의 다 믿게 된다. 물론 이 신뢰를 남용해서는 안 되지만, 발표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것이 처음은 단순하게 시작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처음부터 미묘하고 복잡한 논증으로 시작하면 청중은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신뢰도 얻지 못한다.

발표를 마친 뒤에는 몇 분 정도 시간을 내어 메모를 하라.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는가? 어떤 질문을 했는가? 어떤 제안을 했는가? 어떤 참고문헌을 알려 주었는가? 기억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자주 잊어버린다. 청중은 당신의 생각을 명확히 하는 데 매우 유용한 자원이다. 반드시 잘 활용하라.

 

참고:

  • Hal R. Varian, “How to Build an Economic Model in Your Spare Time”, The American Economist, Sage Publications, vol. 41(2), 1997, pp.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