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

구독경제의 시대, 법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econtopia 2025. 10. 14. 10:31

1. 구독경제의 덫, 다크패턴

디지털 경제가 확산되면서 OTT, 소프트웨어 구독, 정기배송 서비스 등 다양한 형태의 구독 기반 서비스가 현대 소비 생활의 핵심 구성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소비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나 자동 갱신, 해지 절차의 복잡성, 불충분한 정보제공으로 소비자피해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다크패턴'이다. 다크패턴이란 사용자의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교묘하게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나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을 말한다. 사용자가 자기도 모르게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선택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나면 별도 고지 없이 유료로 자동 전환되는 것, 가입 버튼은 쉽게 찾을 수 있으나 해지 버튼은 꼭꼭 숨겨두는 것, '정말 해지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을 여러 차례 던져 소비자에게 죄책감을 유발하는 것이 모두 다크패턴의 예이다.

자료: KBS

 

2. 구독 계약의 문제 요소

영국에서는 구독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 디지털시장, 경쟁 및 소비자법」(Digital Markets, Competition and Consumers Act 2024, 이하 "DMCCA")에서 상세한 규정을 마련했다. 영국 영향평가서(Impact Assessment)에서 정리한 구독 계약의 문제 요소와 정부 개입 필요성은 다음과 같다.

 

3. 우리나라 현행 규제 현황

우리나라에서는 구독 기반 서비스 자체를 명시적으로 규율하는 법조항이 존재하지 않지만,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상 다크패턴의 유형으로서 '숨은 갱신', '취소·탈퇴 방해' 등의 규제를 통해 구독 계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시정조치 또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을 뿐 소비자의 피해구제를 위한 조치 또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구독의 특성(자동결제 주기, 최소 이용기간, 해지 절차, 환불 규정)에 대한 별도 핵심정보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소비자는 핵심조건을 명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우며 거래조건의 오인이나 과다 부담과 같은 정보비대칭에서 비롯된 위험이 지속될 우려가 크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은 계속거래에 대해 소비자 보호를 규정하고 있다. 구독거래를 이러한 계속거래로 포섭할 경우 소비자는 계약 해지권, 위약금 제한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구독 서비스는 방문판매법상 명시적 규율 대상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법에서 명시하는 계약 구조와 구독 서비스의 계약 구조는 다르고 실제 적용 범위 역시 제한적이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에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4. 시사점

우리나라의 구독 기반 서비스 규제는 구독 자체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법률이 없다. 현행 전자상거래법과 방문판매법은 여전히 단발성 거래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자동 갱신, 해지 방해, 정보 비대칭과 같은 구독 경제의 구조적 특징을 충분히 포함하지 못한다. 최근 개정된 전자상거래법이 다크패턴을 금지하며 첫걸음을 뗐지만 실질적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갱신 전 알림 의무화', '갱신 후 청약철회권', '민사상 구제 명문화' 같은 구독서비스 특화 규제가 필요하다. 구독경제 시대의 핵심 과제는 기업의 혁신과 소비자의 권리 사이 균형을 다시 설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

  • 박미영, 〈영국 디지털 구독경제에서의 소비자 보호 강화와 시사점 - 영국 「디지털시장경쟁소비자법(DMCCA)」을 중심으로 -〉, 《NARS 현안분석》 제361호, 국회입법조사처, 2025. 9. 4.(링크)
  • 이인석, 〈"정말 해지하시겠습니까?" 구독경제의 '덫', 사라지지 않는 다크패턴 [이인석의 공정세상]〉, 《한경 LAW&BIZ》, 2025. 5. 20.(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