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12월 18일자 국민일보에 실린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관련한 사설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쿠팡 김범석 의장은 실질적 책임을 회피한 채 바지 사장 뒤에 숨어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쿠팡의 매출 중 90%가 한국에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글로벌 기업이라고 규정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국내 유통·플랫폼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쿠팡에 대한 단죄는 물론, 독점의 폐해를 우리 사회가 다시 한 번 환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17일 쿠팡 청문회에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박대준 강한승 전 대표 등 핵심 증인이 모두 불출석했다. “글로벌 비즈니스 일정”(김범석)과 “대표이사직 사임”(박대준 강한승)을 이유로 이들이 회피한 자리에 취임 1주일밖에 안 된 월급사장이, 그것도 통역을 거쳐야 의사소통이 가능한 외국인 대표가 앉았다.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을 인지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사과도, 해명도,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는 김 의장이 ‘언어장벽’을 방패막이 삼듯 외국인을 내세운 행태에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김 의장은 5번이나 국회 출석을 거부했다” “글로벌 경영자란 이유로 출석을 못한다는 건 언어도단이다” “법과 절차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등의 성토 끝에 결국 이 말이 나왔다. “대한민국 국민이 호구인가.”
쿠팡은 연간 40조원이 넘는 매출의 90% 이상을 한국 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미국 국적자인 김 의장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한국 시장의 과실을 챙기며 법적, 사회적 책임과는 철저히 거리를 둔 경영을 했다. 그가 한국 법인 등기이사직을 사임한 건 2021년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소방관이 순직한 날이었다.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 회피를 택해 법적 연결고리를 끊었지만, 미국 증시에는 자신을 한국 사업의 ‘최고의사결정자’로 공시하며 지배력을 과시했다. 이제 화재 사고와 차원이 다른, 한국 성인 대다수의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사태에서도 여전히 미국 국적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의 국적은 세금과 거주지를 가르는 법률 정보일 뿐, 책임의 경계를 긋는 방패일 수 없다.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글로벌”을 말하는 건 기업의 일천한 수준에 대한 고백일 뿐이다. 이런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한다면 한국 소비자에게 모욕적인 상황이 될 것이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선언한 대로 법과 절차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참고:
- 국민일보, "김범석 향해 국회가 물었다… “대한민국 국민이 호구인가”", 2025.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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