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국제경제

물이 흔들리면 기름도 흔들린다

econtopia 2026. 3. 10. 17:16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이 군사 기지나 원유 시설을 넘어 민간인의 생명선인 해수 담수화 시설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인프라 타격전으로 번지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과거의 전쟁이 에너지 자원 확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사막 국가들의 실질적인 생존을 좌우하는 물이 가장 위태로운 자원이자 전략적 타격 목표가 된 것이다.

 

현재의 공격 현황과 갈등의 양상은 매우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7일, 이란은 바레인의 미 공군 기지에서 시작된 호르무즈 해협 인근 케슘섬의 담수화 시설이 타격을 입어 30여 개 마을의 물 공급이 전면 중단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은 8일 드론을 이용해 바레인의 담수화 시설 1곳을 공격했다. 바레인 정부는 시설 손상을 확인하면서 이를 민간 시설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이라고 규탄했으며, 이란 측은 미군이 먼저 담수화 시설을 공격하는 선례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자료: 한겨레

 

담수화 시설이 전쟁의 핵심 뇌관이 된 이유는 중동 국가들의 극도로 높은 물 의존도 때문이다. 카타르와 바레인은 사실상 식수 전량을 담수화에 의존하고 있으며, 쿠웨이트, 오만,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대다수 걸프국이 이 인프라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구조다.

자료: 중앙일보

 

특히 중동의 담수화 시설은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안가에 중앙집중화된 거대 설비 형태로 구축되어 있어, 단 한 번의 정밀 타격만으로도 대도시 전체의 식수망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치명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다. 실제로 2008년 사우디 주재 미 대사관이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의 경우, 담수화 시설이 파괴되면 일주일 내에 전 시민이 대피해야 할 정도로 취약하다”고 분석한 내용이 유출된 바 있다.

 

더욱 심각한 결과는 에너지 안보와의 연쇄 반응이다. 중동의 대규모 담수화 시설은 상당한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대형 발전소 옆에 건설되며, 원유 정제에도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해 정유 시설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담수화 시설에 대한 공격은 단순히 식수 공급 중단에 그치지 않고 전력 및 에너지 생산망 전체를 흔들어 국제 유가를 급등시키는 등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충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중동 국가들은 외형상으로는 산유국이지만, 사실은 화석 연료에 기반한 ‘바닷물 왕국(saltwater kingdoms)’이자 인위적인 수력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이란 전쟁의 최악의 시나리오로는 방사능 유출에 의한 해수 오염이 거론된다. 만약 이란의 부셰르 원전이 공격을 받아 방사성 물질이 폐쇄적인 걸프 해역으로 퍼질 경우, 담수화 설비가 무사하더라도 원료가 되는 바닷물 자체가 오염되어 정수 가동이 완전히 불가능해진다.

자료: 중앙일보

 

이는 걸프 지역에 어떤 생명체도 남지 않게 되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카타르와 같은 국가들이 3일 분량의 비상 식수를 저장하기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저수지를 구축하는 이유기도 하다. 결국 담수화 시설에 대한 타격은 군사적 충돌을 넘어 민간인의 생존권을 직접 파괴하는 중대한 선을 넘는 행위로 간주되며 중동 전체를 붕괴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참고:

  • 김희진, 〈미·이란, 담수화 시설까지 난타…생존 위협에 ‘목 타는’ 중동〉 ,《경향신문》, 2026. 3. 9.
  • 이근평, 〈단 한 방에 대도시 마비…"중동 생명줄, 석유 아닌 이것이었다”〉 ,《중앙일보》, 2026.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