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자에 대해
이 책의 저자인 황희두는 현재 노무현재단 이사다. 그런데 그는 한때 이명박을 존경했고 이준석을 동경했다고 고백한다. 소위 '키보드워리어'로 활동하며 극우 진영에 서서 민주·진보 진영의 정치인을 조롱하기도 했다. 그런데 박근혜 탄핵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활동을 돌아보며 극우의 논리가 얼마나 허약하고 허점이 많은지 깨닫게 됐다고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심리전이 특정 정치 세력과 국가 공권력이 장기간 설계해 온 프레임 위에 구축돼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그는 온라인 깊숙이 자리잡은 심리전의 구조를 무너뜨리는 데 기여하고자 민주당에 합류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2. 디지털 공작의 역사
2003년 대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은 '사이버 전사 1천명 양성'이라는 계획을 세웠다. 그들은 신천지와 결탁해 젊은 층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여론 조성 활동을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국가 공권력까지 본격적으로 인터넷 여론전에 개입했다. 국정원과 군 정보기관에서는 다음 아고라, 오늘의유머 등 커뮤니티에서 심리전을 펼치며 노무현 대통령과 진보 진영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그들에게 노무현이라는 존재는 자신들의 세계관을 위협하는 존재이자 체제 도전의 상징이었다. 그들은 노무현의 이미지와 그가 가지고 있던 가치를 제거하려 했다.
여론조작의 정점에는 원세훈 국정원장이 있었다. 그는 친노 세력이 청렴하다는 이미지를 깨기 위해 '심리전 매뉴얼'을 정교하게 설계했다. '권위 훼손 ㅡ 주위 사람 떠나게 하기 ㅡ 고립시키기'라는 3단계 장기 심리전 전략이다. 그들은 '노알라' 합성 사진 등 각종 온라인 밈을 퍼뜨려 노무현 대통령을 희화화함으로써 대중의 집단 기억 속에 노무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국정원은 단순 정보 수집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여론을 통제하고 반대 세력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정치 공작 기관'처럼 움직였다. 청와대에 은밀히 보고된 'SNS 장악' 보고서에서는 "유명 인물, 다양한 매체 총동원. 온·오프라인 작업을 총동원해 정부가 국민의 마음에 침투, 머릿속 생각을 바꾸라"는 노골적이고 구체적인 지침이 담겨 있었다.
국정원은 일베를 여론조작의 전면 거점으로 활용하며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합성 사진을 만들어 유포하기도 했다. 정치인과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며, 약 3,500개의 계정과 최소 30개 이상의 팀으로 댓글 공작을 벌였다.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들이 최종적으로 노린 것은 국민이 조작된 프레임을 스스로 내면화하고 자발적으로 그 안에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지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극우 네티즌들이 조롱과 혐오를 스스로 재생산하는 생태계가 형성됐다. 정권의 고도의 계산과 전략 아래 특정 정치 성향이 사람들의 정신 깊숙이 각인된 것이다.
지금도 우경화 심리전은 지속되고 있다. 의심조차 불가능한 방식으로 얼굴을 바꾸고 옷을 갈아입는 리브랜딩 전략을 앞세워 대한민국의 여론 생태게를 교묘하게 조작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국정원 출신 기획자, 관변단체, 극우 사이비 종교 세력, 극우 유튜버, 유사 언론 등이 촘촘하게 얽혀 있다. 심지어 정치 공작의 상징 원세훈은 윤석열 정부에서 사면되기까지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리박스쿨이 여론전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리박스쿨은 극우 세계관을 주입하고 그 세계관을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훈련소였다. 그들은 '자손군'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여론조작과 교육 현장 침투를 통해 심리전을 전개했고, 극우 세력은 물리적 수단과 비물리적 수단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전쟁 개념을 국내 정치에 적용했다. 민주 진영을 적군으로 상정한 뒤 적을 공격하기 위해 교육과 언론,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한 것이다.
3. 자극과 혐오가 디폴트가 된 커뮤니티 문화
아프리카TV(현재 SOOP)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방송 문화는 일베 세계관을 강력하게 확산시킨 통로가 됐다. 청소년과 청년층은 기초수급자 비하, 민주화운동 폄훼, 민주 진영에 대한 조롱, 성적 노출과 혐오 발언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여기에 대해 지적을 하는 목소리에는 '진지충'이라 조롱하며 혐오를 놀이로 포장했다. 논란과 자극은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혐오는 하나의 트렌드처럼 확산됐다.
현재는 펨코라는 사이트가 주요 문제로 떠올랐다. 펨코에서는 다수의 입맛에 맞는 글을 올려야 추천과 포인트를 받을 수 있어 특정한 사고방식이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민주당과 진보 진영에 대한 비판 글이나 이준석, 개혁신당 옹호 글을 올리면 포인트를 금방 모을 수 있다는 인식도 퍼져 있다.
또한 누적 포인트로 도박까지 가능해 포인트를 모아 도박 → 탕진 → 혐오 글 작성 → 다시 도박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청소년의 인터넷 도박 중독과도 연결된다. 펨코는 여전히 막대한 트래픽을 보이고 있으며, 펨코의 방치는 사회적 중독을 조장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극우 커뮤니티의 확산은 결국 현실 정치로 이어졌다. 윤석열 탄핵 국면 당시 디시인사이드에서는 불법·유해 글이 넘쳐났고, 극우화된 이용자들은 광장으로 나와 헌법재판소 앞에서 애국을 외쳤으며 서울서부지법에서 폭동을 일으켰다. 온라인에서 생산된 정보가 현실 폭력으로 직결되는 모습이었다.
4. 법과 제도를 통한 해결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심각성에 비해 주목을 덜 받고 있다. 그러나 댓글 공작과 여론조작은 지금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이를 엄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관련 법제는 미흡하며 처벌도 약하다. 반민주적 범죄에는 더 높은 대가가 뒤따라야 하고, 시민에게 이 문제의 심각성이 보다 널리 전달돼야 한다.
커뮤니티 문제를 해결에는 딜레마가 있다. 방치하면 문제이고, 폐쇄하면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는 프레임에 빠진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커뮤니티의 구조를 면밀히 이해해야 한다. 대형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세계관이 확대 재생산되기 쉽다. 그곳의 혐오나 조롱이 주류 의견이라고 생각하도록 확대 재생산하는 정보 유통 창구의 구조가 먼저 파악돼야 한다.
구조 파악 후에는 반드시 적절한 제재와 책임 부과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EU는 디지털서비스법(DSA) 제정을 통해 플랫폼을 공론장의 책임 주체로 규정하고 불법·유해 콘텐츠를 신속 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도 배울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익명성, 유머, 자유라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은 것을 방치해 왔다. 온라인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상식을 회복해야 한다.
5. '이대남' 현상의 원인
20대 남성이 극우화되고 있다는 분석은 과격화 혹은 급진화로 설명할 수 있다.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복합적이고 구조적 맥락을 보아야 한다. 스마트폰 보급은 현실의 대체 세계를 제공했고 소외감을 느낀 이들에게 정치적 정체성의 놀이터가 됐다. 플랫폼의 수익 모델과 결합하며 이 흐름은 더욱 공고해졌다. 여기에 군대 문제나 젠더 갈등이 더해져 이대남 현상을 부추겼다.
극우화·과격화된 남성들의 심리는 불안정과 낮아진 자존감에서 비롯된다. 불안하고 자존감이 낮아지면 누군가를 비난하고 조롱하며 일시적 안정감을 얻는다. 자신의 삶에 희망이 없을수록 사회적 강자의 권위에 자존감을 위탁하고 약자 집단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왜곡된 힘을 느끼려 한다. 즉, 내 위치가 불안하고 자존감이 떨어질수록 겉으로 강해 보이고 싶은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우리가 무너뜨려야 할 것은 이들의 논리적 허점이 아니라 그 논리를 떠받치는 언어와 감정, 세계관, 그리고 집단적 분위기다. 감정과 언어의 전장에서 압도해야 한다. 동시에 소통의 문을 닫아선 안 되며, 국가와 정치권이 법, 제도, 기술,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응야 한다. 누가 언제 무엇에 반응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6. 제도화된 일베, 이준석의 위험성
이준석은 조롱과 냉소, 혐오의 언어를 무기 삼아 일베 정서를 정치 무대로 이식한 인물이다. 그는 정책이 아닌 이미지, 설득이 아닌 선동, 정치가 아닌 키보드 워리어 전술로 살아남는 모습을 보인다. '능력주의'를 말하지만 정작 정치적 성과는 미미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는 지역구를 유리한 곳으로 옮기는 '지역구 쇼핑'과도 같다.
이준석 정치의 핵심 세계관은 '승자독식'이다. 그는 자신의 책 《공정한 경쟁》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일단 이겨라. 승리하고 나면 패배자의 문제 제기는 루저들의 발악으로 몰아가면 된다"고 썼다. 그의 정치 철학은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 같은 낡은 이념을 온라인 밈과 혐오의 외피로 재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그를 상대하는 '이준석 파훼법'도 책에 소개된다. 핵심은 그가 사용하는 방식 그대로 되돌려주는 것이다. 그의 지지자들 역시 조롱과 멘탈 흔들기를 목표로 들어오기 때문에 논리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같은 감정선을 장착하고 대응해야 한다.
7. 사이버 내란의 종식을 위하여
개인 차원에서도 사이버 내란 종식에 기여할 수 있다면 뜻깊은 일이다. 저자는 메시지를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고, 핵심 문장을 반복 노출하며, 뉴미디어 이해, 규제 프레임 전환, 여론 감지, 유머 활용 등 다양한 대응법을 소개한다.
혐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혐오의 메커니즘과 이득 구조를 드러내야 하며 논리보다 상상력으로 대응해야 할 때도 있다. 또한 캡처와 아카이빙을 통해 필요시 법적 조치로 이어갈 각오도 필요하다. 상대를 설득할 때에는 상대의 관심 주제로 대화의 문을 연 후 메시지를 한 방울씩 흘리는 방식이 유리하다.
8. 후기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혐오와 파괴적 주장에 단순 무시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 더 큰 병폐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론 공작은 초기에는 국가 조직의 개입으로 시작되지만 이후에는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플랫폼의 수익 구조 속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된다. 혐오는 결국 하나의 문화가 된다. 이러한 악순환이 고착화되기 전까지 민주시민으로서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20대 대선을 생각하면 지금도 분노가 치민다. 국민의힘 세력은 조직적인 심리전과 허위 조작, 특히 온라인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민주당은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거에서는 온라인 공론장 대응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상대의 공격 패턴과 핵심 의제를 신속히 파악해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상대가 우세한 상황에서는 정면 충돌보다는 별동대를 통한 적진 교란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명박부터 윤석열까지 우리 사회는 사이버 내란 상태에 놓여 있다. 저들은 공권력과 불투명한 자금에 힘입어 민주 세력보다 항상 우위에 서있다. 이제 민주 진영도 더는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법의 범위 내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겨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위 보수 세력은 정상적인 정치의 범주를 벗어나 있다. 그들은 친일 매국 논리를 확산시키고, 정보기관을 동원해 은밀한 공작을 벌이며, 사이비 종교 세력과 결탁해 반민주적 권력을 유지하는 비상식적 놀음을 지속해왔다. 이러한 구조를 끝내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소한의 책무다.
저자는 주기적으로 악플러를 고소한다고 한다. 무관용 원칙을 기본으로 하지만 반성문이나 독후감 제출 등 특정 조건을 만족한다면 취하해주기도 한다. 이런 활동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응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자처럼 최전선에 서지 못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양심적으로 대응하고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