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상
뇌라는 것은 단순한 기계 그 이상인 것 같다. 뇌는 항상 정보에 굶주린 사람처럼 무언가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그것을 순식간에 처리해 우리를 위해 유용하게 활용한다. 특히 어떠한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해당 능력과 관련된 감각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특정 분야의 대가가 된 사람은 결국 오랜 시간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나 또한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한다면 과연 그만큼 진지하게 노력해 왔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겠다고 느꼈다.
또한 배움에는 적기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후배선(livewired)이라는 현상은 뇌가 일정한 시점 이후 고정되는 형태가 아니라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는 나이가 든 이후에도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뇌는 더욱 유연하고 역동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것이 아니라, 독서를 통해 간접 경험이라도 꾸준히 축적함으로써 뇌의 유연성을 유지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아울러 우리 뇌는 정보를 어떤 경로로 습득했는지와 무관하게, 습득한 정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느꼈다. 나아가 신체뿐만 아니라 외부 장치까지도 조종할 수 있다는 점은 인간이 초감각이라고 불리는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시기가 머지않았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이보그의 시대가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을수록 인간의 신체 기능과 인지 과정에 대한 경이로움이 커졌다. 우리는 같은 장면을 보더라도 각자의 경험과 기억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인식한다.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지식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같은 현실조차도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세계를 보다 풍부하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지식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2. 생후배선: 고정되지 않는 뇌
인간의 뇌는 주변 환경의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회로를 재구성하는 역동적인 시스템이다. 인간이 번성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미완성인 뇌를 가진 채 태어난다는 점이다. 유아기는 무력한 시기지만 그만큼 환경에 적응하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저자는 이러한 뇌의 특성을 뇌 가소성(plasticity)이라는 개념 대신 생후배선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이는 뇌가 특정 시점을 지나면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스스로를 계속 바꿔 나간다는 점을 강조한다.
3. 변화하는 뇌의 지도
뇌의 신체 지도에는 신체 형태의 변화가 반영된다. 만약 손이 절단되면, 손을 담당하던 피질 영역은 이웃한 다른 신체 부위의 영역으로 대체된다. 또한 한 감각이 차지하는 피질 영역이 넓어질수록 해당 능력도 향상된다. 시각장애인 중 일부가 뛰어난 음감이나 기억력을 보이는 형상은 이를 잘 보여준다.
다만 뇌가 하나의 작업에 이례적으로 큰 영역을 할애할 경우, 특정 능력은 탁월해질 수 있으나 사회적 기능을 구성하는 다른 하위 능력들이 상대적으로 저하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꿈에 대한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꿈이란 시각이 차단되는 밤 동안 후두엽의 시각 피질이 다른 감각 영역에 의해 점령되지 않도록 전기 신호를 보내 시각 시스템이 활성화되는 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 만약 꿈의 핵심 목적이 시각 피질을 유지하는 데 있다면 꿈의 내용을 기억으로 저장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설명될 수 있다.
4. 감각 대체와 감각 증강
뇌가 받아들이는 것은 지하 깊은 어두운 곳에서 다양한 데이터케이블을 통해 들어오는 전기화학 신호뿐이다. 뇌는 이 신호를 받아들여 패턴을 추출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 뇌는 출처가 어딘지 간에 무엇이든 정보가 들어오면 그것을 이용할 방법을 찾아낸다. 이 덕분에 뇌는 대단히 효율적인 기계가 된다. 저자는 이를 '진화의 포테이토 헤드 모델'이라고 부른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지닌 감각 기관만이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다. 현재의 감각 체계는 긴 진화의 산물일 뿐이며, 반드시 고정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뇌는 정상적인 시각 입력이 없더라도 피부를 통해 전달된 정보를 시각 정보처럼 해석할 수 있다. 형태 인식은 시각뿐 아니라 촉각이나 음파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감각 대체는 신체 결손을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각 증강의 가능성까지 열어준다. 예컨대 색을 소리로 변환하는 장치를 사용할 경우, 색맹이었던 사람은 색을 구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의 가시광선을 넘어선 파장까지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기술이 발전하면 시야를 360도로 확장하거나 청각과 후각의 범위를 극적으로 넓히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5. 다양한 신체 형태의 가능성
'운동 옹아리'란 뇌가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피드백과 자신의 동작 사이의 관계를 학습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생후배선이 가능한 뇌는 신체 구조가 변하더라도 이에 맞춰 스스로 적응한다. 만약 신경회로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정확히 해독살 수 있다면 실제로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인공 장치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뇌-기계 인터페이스는 손상된 신체를 되살리거나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체 일부를 추가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무선 연결을 통해 원격 팔다리를 사용하는 것도 더 이상 공상 과학의 영역만이 아니다. 뇌는 새로 추가된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법을 알아서 터득한다. 우리가 생후배선의 원칙을 터득한다면 우리의 신체로는 불가능한 능력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생물공학은 앞으로 점차 일상이 될 것이다.
6. 중요한 것이 중요한 이유
우리가 특정 능력을 기르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연습할 경우 뇌의 운동피질은 달라진다. 그러나 뇌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대상에 대해서만 뇌의 회로 재편이 이뤄진다. 뇌는 신경조절물질을 방출하는 광범위한 시스템을 통해 이런 중요성을 표현하며, 보상이나 목표와 연결된 활동일수록 학습 효과는 커진다.
또한 뇌는 변하지 않는 정보에는 점차 관심을 끊고 예측과 어긋나는 변화에만 에너지를 사용한다. 따라서 우리의 인식 세계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지속적으로 뇌에 제공해야 한다.
7. 시간이 지나도 변화하는 뇌
뉴런은 민감기를 거치며 외부세계의 정보를 포착하는 형태로 점차 조직화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이 쌓인 경로들은 잘 사라지지 않게 되고, 사용 빈도가 낮은 뉴런들은 일을 접고 자살을 택한다. 이렇게 수십 년 동안 경험이 쌓이면 우리는 단단히 다져져 살아남은 경로들을 따라 결정을 내린다. 이른바 '뇌가 굳는다'는 현상이다.
그러나 민감기는 단일한 시점이 아니라 영역별로 다르게 존재한다. 어떤 신경망은 고집스럽고 어떤 신경망은 유연하다. 저자의 가설에 따르면 뇌의 특정 영역이 담당하는 데이터가 바깥세상에서 얼마나 변화하는지가 그 영역의 유연도에 반영된다. 따라서 사람이 나이를 먹은 뒤에도 뇌가 유연한가라는 질문에는 어떤 영역을 말하는지에 따라 답변이 달라진다. 즉, 나이가 들어서도 어떤 영역은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
8. 기억의 특징
기억은 특정 부위에 국한되지 않고, 수백억 개의 신경세포에 분산되어 저장된다. 우리가 잊었다고 생각한 기억 역시 신경회로 깊숙한 곳에서 여전히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인간의 기억은 컴퓨터처럼 정보를 그대로 저장하지 않고 기존의 경험과 지식에 연결해 암호화한다. 과거의 경험이 우리 내면에 기억의 도시를 만들고 입주민은 자기에게만 딱 맞는 자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속도가 다른 층층 모델에서 느린 층이 빠른 층에 기초를 제공해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의 경험은 느린 층의 구조로서 새로운 학습의 기초가 되고, 그 위에 새로운 기억이 쌓인다. 경험이 점점 축적돼서 건축물이 되면, 그 뒤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그 건물 위에 지어진다. 우리의 기억의 총량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우리는 그와 관련된 또 다른 지식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공감각이란 하나의 감각을 자극하면 다른 감각의 통로가 열리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공감각을 '완고한 가소성'의 결과로 설명한다. 한 번 형성된 연상이 쉽게 수정되지 않는 특성이 반영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속도가 다른 층층 구조에서 속도가 느린 층이 빠른 층에 기초를 제공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나, 공감각을 느끼는 사람의 경우 반대로 빠른 층이 느린 층에 빠르게 흡수되는 특징을 보여준다. 이처럼 기억과 가소성의 구조는 인간 인지의 다양성을 만들어낸다.
결국 우리의 정체성은 뇌와 외부의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모든 것, 즉 주변 환경, 경험, 친구, 문화, 신념 등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과 우리 자신을 분리할 길은 없다. 외부세계가 없으면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생후배선이라는 특성 덕분에 우리는 각자 서로 다른 세계가 된다.
저자는 생후배선의 중요한 특징을 다음 일곱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1. 세상을 반영한다. 뇌는 입력되는 정보에 스스로를 맞춘다.
2. 입력 자료를 이용한다. 뇌는 흘러들어오는 정보라면 무엇이든 이용한다.
3. 몸의 형태를 가리지 않는다. 뇌는 어떤 신체 형태든 통제하는 법을 터득한다.
4. 중요한 것을 잊지 않는다. 뇌는 중요성을 바탕으로 자원을 분배한다.
5. 안정적인 정보를 고정한다. 입력 자료에 따라 뇌의 부위별로 유연성에 차이가 난다.
6. 경쟁 아니면 죽음이다. 가소성은 생존을 건 투장에서 생겨난다.
7. 데이터를 향해 움직인다. 뇌는 내면에 세상의 모델을 구축하고, 그 모델에 따른 예측이 어긋날 때마다 자신을 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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