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AI, 과연 버블일까?

econtopia 2025. 12. 17. 21:06

1. 버블을 이해하는 법

최근 주식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AI가 버블 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논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하워드 막스는 지난주 메모를 통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그는 버블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지금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막스는 먼저 버블의 긍정적인 측면을 소개한다.

 

벤 호바트와 토비아스 후버는 《Boom: Bubbles and the End of Stagnation》이라는 책에서 변곡점 버블(Inflection Bubbles)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철도나 인터넷 등 기술 진보에 기반한 버블이 이에 해당한다. 변곡점을 계기로 촉발된 이러한 버블 이후에는 세상이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미래가 과거와 의미 있게 달라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그 변화에 베팅한다.

 

카를로타 페레스는 《기술혁명과 금융자본》에서 산업혁명, 철도, 전기, 자동차 등 혁명적 전환기마다 필연적으로 버블과 그 붕괴가 동반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투기적 열풍은 설치 단계(Installation Phase)로의 이행을 가속화했고, 이 과정에서 유입된 자본은 이후 확산 단계(Deployment Period)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되었다.

 

모든 버블이 부와 가치를 파괴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버블은 기술·과학적 진보를 촉진하는 중요한 촉매로 작용해 왔다. 대부분의 기술은 시행착오, 실패, 반복을 통해 발전한다. 버블은 이러한 대규모 실험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진보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기술 진보에 기반한 버블은 투자자들을 흥분을 자극해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인다. 그 결과 새로운 기회의 영역이 확대되며 파괴적 혁신의 전개 속도가 빨라진다.

 

2. 현재 상황에 대한 평가

AI는 일상생활뿐 아니라 새계 경제 전반을 재편할 수 있는 역사상 가장 큰 기술적 전환 중 하나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미 AI는 기업들의 자본적 지출(capex)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GDP 성장의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AI 관련 주식들은 최근 수년간 S&P500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설명해 왔다.

 

다만 AI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원천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 변화가 정확히 무엇일지는 거의 알지 못한다. 새로운 기술들은 대부분 파괴적이며, 오늘의 강자가 내일의 승자가 된다는 보장도 없다. 버블의 시대에 투자자가 경계해야 할 것은, 기술 발전의 과정에 동참하다가 자신의 자산이 파괴되는 주체가 되지 않는 것이다.

 

AI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이익을 창출할지, AI를 활용하는 기업들의 수익성에는 어떠한 변화가 나타날지, AI 기업들 간의 순환 거래(circular deals)에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AI 자산의 경제적 수명이 얼마나 될지 등 기술과 관련된 핵심 질문들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현재 경쟁 환경이 역동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역동성은 새로운 기술과 기업이 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선도 기업들조차 지위를 위협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많은 기업들은 지금 자신들이 세상을 바꿀 무언가, 즉 범용 인공지능(AGI)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 중 누구도 정확히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현재 구축 중인 AI 산업의 성격 자체도 아직 규정되지 않았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는 "우리는 일반적인 지능을 갖춘 시스템을 먼저 만들고, 그 다음에 그것으로 어떻게 투자 수익을 창출할지 알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3. AI와 부채, 위험한 결합인가

AI 인프라를 뒷받침하기에 현재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JP모건은 AI 인프라 구축 비용이 약 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오라클이 3분기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은 약 3,500억 달러에 불과하다. AI 분야의 승자독식 군비 경쟁은 기업들로 하여금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오라클, 메타, 알파벳은 AI 투자를 위해 3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 기술적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장기 고정금리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부채 투자는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이나 확실한 담보 자산이 있을 때 적합하고, 지분 투자는 현금흐름이 불확실한 투기적 대상에 사용된다. 지금은 두 영역이 혼재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AI 인프라 분야는 어쩌면 투기적 금융 단계에 진입했을지도 모른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매출 성장세 둔화에도 자본지출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대자대조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당시의 금융 묘기(financing gymnastics)를 연상시킨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본지출이 매출 성장을 앞지르고 있고 대출기관은 점점 더 느슨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부채는 그 자체로 선도 악도 아니다. 핵심은 자본구조 내 부채 비중, 대출의 기초가 되는 자산이나 현금흐름의 질, 차입자가 활용할 수 있는 대체 유동성, 그리고 대주가 확보한 안전마진의 충분성이다. 오늘날처럼 과열된 분위기에서 이러한 기준이 얼마나 엄격하게 지켜질지는 지켜볼 문제다.

 

4. 과거 사례가 주는 교훈

현재의 투자 행태가 투기적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미래에 대한 추측에 근거해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으며, 그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특히 AI는 개선 속도가 빠르고 규모가 크기 때문에 수요의 경로 자체가 거의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과거 기술과 다르다.

 

AI와 가장 유사한 역사적 사례로 라디오와 항공 산업이 있다. RCA는 1919년 방송을 시작하며 강력한 정보기술을 손에 넣었지만, 그것이 어떻게 비즈니스로 연결될지는 불분명했다. 기대는 주가를 1929년까지 끌어올렸다. RCA는 그 시절의 '엔비디아'였다.

 

1927년 찰스 린드버그가 뉴욕에서 파리까지 최초의 무착륙 단독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사례는 오늘날 챗GPT 출시와 맞먹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시장은 기술적 완성도와 수익성을 과대평가했고, 결과는 버블 붕괴였다. 

 

라디오와 항공기 사례 모두 당시에는 극심한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었고 과대 선전되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에 힘입어 거대한 버블을 형성했고 1929년에 붕괴되면서 대공황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AI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상반되어 있다. 과거 철도, 전기, 통신망 구축은 모두 버블을 동반했지만 미국을 변화시켰다. 같은 논리로, 현재 데이터센터 건설에 유입되는 막대한 부채를 고려할 때 AI 역시 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반면, 이미 앤트로픽과 커서 같은 기업은 AI 코딩 분야에서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닷컴 버블 당시와 비교해 PER 수준도 과도하지 않다는 점에서 버블과는 거리가 멀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5. 결론

현재 투자자들이 AI에 열광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비이성적인지는 사후에서야 알 수 있다. 다만 역사적으로, 이러한 열광은 대체로 버블을 만들어 왔고 버블을 부추긴 주체들은 종종 손실로 끝났다.

 

새로운 기술은 그 영향의 범위나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고, 이는 특정 기업에 대한 과도한 낙관을 낳기 쉽다. 따라서 투자자는 새로운 기술의 잠재적 이익에 참여하되, 한 기업이나 한 가설에 과도하게 쏠리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특히 부채는 이러한 과정에서 손실을 증폭시킬 수 있다. 지금이 버블인지 단정할 수 없는 만큼, 파산 위험을 인식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거는 것도, 반대로 완전히 배제해 기회를 놓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선별성과 신중함을 갖춘 적정 수준의 포지션이 현재로서는 가장 합리적인 접근으로 보인다. 

 

참고:

  • Howard Marks, "Is It a Bubble?", Oaktree Capital Management, Dec. 9, 2025.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