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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국가》

econtopia 2026. 1. 5. 20:39

1. 총평

《국가》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의와 불의의 본성을 논의하다가 이상적인 국가의 조건에 대한 탐구로 자연스럽게 주제를 확장한다. 그는 정의에 가까운 국가는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를 묻고, 국가와 인간의 관계를 유비적으로 설명함으로써 한 개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까지 논의를 이끈다.

 

플라톤은 정의로운 삶이 그 자체로 옳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의로운 것이란 무엇인가. 그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국가에 비유해서 설명한다. 국가에서 정의란 치자가 철인이 되어 각 계급이 조화를 이루며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정의롭기 위해서는 혼의 이성적 부분이 주도권을 잡고 나머지 부분을 조화롭게 이끌어야 한다. 이러한 상태에 이른 사람은 지혜로운 인간이 되며, 지혜로운 인간은 참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므로 가장 행복한 상태가 된다. 

 

개인의 혼을 세 부분으로 나누고 이성적인 부분의 지배가 필요하다고 설명한 대목이 인상 깊었다. 또한 선을 인식하기 위한 과정에서 수학의 필요성을 강조한 부분을 통해, 수학이 인간의 사고력을 확장하는 데 예로부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지혜를 쌓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즐거움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국가》를 통해 플라톤의 사상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플라톤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단순히 엘리트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정의를 내면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라고 생각한다. 또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각자가 자신의 재량과 분수에 맞는 소명을 다해야 한다는 점 역시 인상 깊었다. 올바르게 살고자 하는 의지와 그에 따르는 책임의식은 오늘날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필요한 덕목이라고 느꼈다.

 

다만 플라톤은 인간을 태어날 때부터 훌륭한 품성과 열등한 품성으로 구분하고, 열등한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은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우생학적 관점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이러한 점은 분명 비판의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개인이 어떤 삶의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더 나아가 국가의 지도자가 어떤 성품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 작품이었다.

 

2. 국가의 기원

소크라테스는 정의(正義)가 불의보다 나으며 정의로운 사람이 불의한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산다고 주장한다. 정의가 강자에게 유익한 것일 뿐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떠한 종류의 치자(治者)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유익한 것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통치 대상인 피치자에게 유익한 것을 지시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더 나아가 진정한 치자의 자격을 갖춘 사람은 권력 자체를 욕망하기보다는, 자신보다 못한 자들에게 통치당하는 벌을 회피하기 위해 마지못해 통치를 한다고 주장한다.

 

소크라테스는 정의가 무엇인지를 규명하기에 앞서 국가의 기원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먼저 국가 차원에서 정의를 찾고, 그다음 개인 차원에서 정의를 찾자고 제안한다.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직업 군대가 필요하다. 이 군대는 적에게는 사납고 동포에게는 유순한, 특별 교육을 받은 수호자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개뿐 아니라 철인(哲人), 즉 지혜를 사랑하는 철학자의 기질이 필요하다.

 

3. 수호자의 교육

수호자가 받아야 할 교육은 체력단련과 시가(詩歌) 교육으로 나뉜다. 체력단련에 앞서 혼을 바르게 정돈하기 위한 시가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 시가 교육에서는 신을 선한 존재이자 모든 것의 원인으로 묘사해야 하며, 수호자들은 시와 이야기를 통해 용기, 절제, 그리고 슬픔과 웃음의 자제를 배워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훌륭한 품성을 형성하는 데 있어 훌륭한 예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며, 시가 교육이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도록 가르친다는 점에서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체력단련에 있어서는 식사가 검소해야 하며 술에 취하면 안 되고 의사에 의존하면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훌륭한 혼이 훌륭한 인간을 만든다고 보며, 체력단련 역시 혼에 유익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성과 기개가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체력단련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수호자는 필요 이상의 사유재산을 소유해서는 안 되며, 공동 식사와 공동 생활을 해야 한다. 또한 개별적인 가정을 이루지 않고 처자를 공유함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나아가 훌륭한 사람 사이에서 가능한 한 많은 자녀가 태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 우수한 수호자끼리 성관계를 자주 맺되 혈연관계는 알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는 여자 수호자 역시 남자 수호자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국가를 경영하는 데 필요한 자질의 보유 여부와 본질적으로 무관하다는 것이다. 수호자의 책임은 국가 전체를 최대한 행복하게 만드는 데 있으며 그만큼 다른 계급보다 훨씬 더 무거운 책임을 지고 양육과 교육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4. 국가의 정의

소크라테스는 국가의 정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제시한다. 국가는 성립 단계서부터 각 계급이 다른 계급의 역할을 침범하지 않고 자기 몫의 일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규범을 지켜야 한다. 만약 자신의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를 바꾸려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국가는 큰 혼란에 빠지고 결국 파멸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정의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누가 치자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수호자 중 국가를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바를 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단호하게 고수할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치자의 임무는 시민 각자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하나의 일에 전념하도록 함으로써 국가 전체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 있다. 소크라테스가 구상한 이상 국가에서 계급 간 상호 간섭이나 역할 교환은 불의에 해당하며, 각자가 제 역할을 다하는 상태가 곧 정의이다.

 

5. 철인 왕의 지배

철인은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며,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은 영원불변하는 실재를 포착할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이러한 철학적 지식에 더해 실무 경험까지 갖춘 사람만이 참된 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다.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이러한 지도자는 절제력을 지니고 배움을 즐기며 기억력이 뛰어나야 한다. 그는 철인이 국왕이 되기 전까지는 이상 국가가 실현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철인 왕이 반드시 공부해야 할 대상은 정의보다 더 근원적인 선(善)의 이데아다. 소크라테스는 동굴의 비유를 사용하여 교육이란 혼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동굴 안의 그림자를 뒤로 하고 햇빛이 비치는 위쪽 세계로 나와서 그 세계를 이해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게 선과 정의, 아름다움의 진리를 경험한 철인은 다시 동굴로 돌아가 그곳의 통치자가 되어야 한다.

 

혼을 생성의 세계에서 존재의 세계로 이끄는 핵심 교과목은 수학이다. 수학은 진리 자체에 도달하기 위해 감각이 아니라 오로지 지성만을 사용하도록 혼을 훈련시키기 때문이다. 여기에 평면기하학, 입체기하학, 천문학, 화성(和聲)학 등이 추가되며, 마지막 단계에서 선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크라테스는 문답법을 강조한다.

 

치자를 선발할 때에는 견실함과 용기를 갖춘 사람, 가능하다면 용모가 단정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또한 성격이 고매하고 강건하며, 앞서 언급한 교육을 감당할 수 있는 품성을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 이는 학문에 대한 날카로운 이해력, 뛰어난 기억력, 그리고 성실한 노력을 포함한다. 학문과 체육 모두를 사랑하는 이가 선발되어 국가를 위해 치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6. 불의한 정체(政體)의 유형과 그에 대응하는 인간

국가 차원에서의 정의는 개인 차원에서도 적용된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혼을 이성적 부분과 욕구적 부분, 기개적 부분으로 나누며, 정의란 이성적 부분이 나머지 두 부분을 조화롭게 지배하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정체에는 이성적 국가의 모습인 최선자정체 외에도 네 가지 불의한 정체가 존재하며, 각각에 상응하는 인간 유형이 나타난다.

 

먼저 크레타 혹은 스파르타식 정체는 명예를 추구하는 체제로, 이에 해당하는 인간은 혼의 기개적 부분이 주도권을 잡아 교만하고 명예를 사랑하는 성향을 보인다. 과두정체는 부자들이 통치하는 체제이며, 이 체제에서는 부(富)가 곧 선이 된다. 그 결과 빈부 격차가 심해진다. 과두제적 인간은 인색하며 오로지 돈벌이에만 집착하는 불의한 존재가 된다.

 

과두정체는 점차 민주정체로 이행한다. 민주제 국가에서는 빈민이 승리하여 시민에게 시민권과 통치권이 평등하게 분배되고 자유가 최고의 가치로 추앙된다. 이에 상응하는 민주제적 인간은 모든 쾌락을 동등하게 추구하며 불필요한 쾌락에까지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이며 낭비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이러한 민주정체는 결국 참주정체로 변질된다. 소크라테스는 민중의 지지를 얻은 지도자가 점차 참주로 변해 가는 과정을 묘사한다. 참주제적 인간은 에로스(애욕)가 혼을 지배하여 향락과 사치를 일삼고, 재산을 탕진한 끝에 범죄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불행은 참주제적 인간이 사인(私人)에 머무르지 않고 한 나라의 참주가 되는 경우이다.

 

7. 모방의 위험성

아무리 훌륭한 품성을 지닌 사람이라 해도 수많은 유혹 속에서 쉽게 타락할 수 있다. 그들은 적절한 철학적 교육을 받으면서 용기, 관용, 빠른 이해력, 뛰어난 기억력 등 필수불가결한 자질을 구비해야 하는데, 부적절하게 양육될 경우 오히려 열등한 품성을 지닌 사람보다 더 큰 해악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시가 교육에서 모방시는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모방은 실재하는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흉내낸 것에 불과하며 진리로부터 세 단계나 떨어져 있다. 소크라테스는 침대의 예를 들어, 침대의 이데아, 제작된 침대, 그 침대를 그린 그림이라는 세 단계를 구분한다. 시인 역시 화가와 마찬가지로 모방자에 불과하며, 모방자의 지식은 사용자나 제작자보다 열등하다. 

 

모방적 시는 진리와 거리가 먼 대상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인간 혼의 가장 열등한 부분을 자극하고 강화함으로써 이성적 부분을 약화시킨다. 이러한 이유로 모방시는 때로는 훌륭한 사람마저도 타락시킬 위험을 지닌다.

 

8. 정의로운 사람이 행복하다

소크라테스는 정의로운 사람이 불의한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점을 세 가지 근거로 제시한다. 첫째, 왕도정체적 인간이 가장 행복한 반면 참주제적 인간이 가장 비참하다. 둘째, 인간은 지혜를 사랑하는 자, 명예를 사랑하는 자, 이익을 탐하는 자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가운데 지혜를 사랑하는 자만이 지혜와 경험과 이성을 모두 갖추었으므로 가장 행복하다.

 

셋째, 육체를 통해 혼에 전달되는 즐거움은 고통의 멈춤에 불과하나 혼 그 자체의 결핍이 해소되는 즐거움, 즉 지혜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은 훨씬 강렬하고 지속적이다. 따라서 혼 전체가 지혜를 사랑하는 부분을 따를 때 인간은 참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정의로운 사람은 생전의 인간관계에서도 좋은 평판을 얻고, 삶의 마지막에서도 존경과 보상을 받는다. 에르의 신화를 통해 소크라테스는 사후 세계에서 정의로운 혼은 행복한 곳으로 가고, 불의한 혼은 저지른 악행 하나하나에 대해 열 배의 고통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선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공부에 전념해야 하며, 혼의 불멸을 믿고 지헤와 정의를 삶의 궁극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