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선거제도,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econtopia 2025. 3. 9. 01:54

1. 2025 독일 연방의회 총선거

지난 2월 23일 독일 연방의회 총선거가 치러졌다. 결과는 기민련/기사련 연합이 득표율 28.5%를 기록하면서 제1당이 됐다. 지역별로 과거 동·서독 지역 1위 정당이 확연하게 갈렸다는 점과 극우 정당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극우정당이 연립정부에 참여하진 않겠지만 20%가 넘는 득표율을 보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굉장히 씁쓸해진다. 

독일 지역별 득표율 1위 정당(자료: 가디언)

 

2. 독일의 선거제도

독일의 선거 결과를 보면서 독일의 선거제도에도 관심이 생겼다. 우리나라는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 국회에서 홍역을 치러야 했다. 이때 참고한 모델이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였다. 마침 독일의 선거가 끝나 관심이 모아진 현재 독일의 선거제도와 우리나라의 선거제도 간 어떤 차이가 있고 그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를 한번 정리해 보았다.

 

독일의 헌법기관 중 국민의 선거로 구성되는 기관은 연방의회(양원제에서 하원에 해당)가 유일하다. 연방상원의 의원은 각 연방주에서 파견한 각 주 정부의 대표이며 대통령은 의회에서 선출한다. 따라서 연방의회가 민의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도록 구성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독일은 단순다수제 지역구선거와 정당 중심의 비례대표선거를 결합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처음으로 도입한 국가다. 그동안 여러 차례의 개정을 거쳐왔다. 최근의 선거법 개정은 2023년에 이뤄졌는데 이 내용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겠다.

 

2.1. 2013년 개정 법률 내용

먼저 연동형 선거제도 채택 이후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2013년 선거법 개정을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2013년 이전까지 선거제도의 문제점은 '음의 득표가치'가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음의 득표가치는 특정 정당의 득표가 늘었는데 오히려 의석이 줄거나, 반대로 득표가 줄었는데 의석이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2013년 이전의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상위배분: 전국 기준 득표율에 따라 정당의 할당의석을 우선 배분

하위배분: 각 정당이 확보한 할당의석을 주별 득표율에 따라 배분

여기서 음의 득표가치 문제가 발생했다. 가령 A주의 P정당 지역구 당선인이 10명인데 위의 절차를 따라 확보한 P정당의 비례대표 의석이 6석이라고 하자. P정당은 4석의 초과의석을 얻는다. 만약 A주에서 P정당의 제2투표 득표가 어느 정도 늘어났다고 해 보자. 비례대표 할당 의석이 8~9석까지 늘어났어도 여전히 P정당이 A주에서 확보한 의석은 지역구 당선자 수인 10석에 불과하다. 그런데 P정당의 A주 비례대표 할당 의석수가 늘어남에 따라 다른 주에 배분되는 비례대표 할당 의석수가 감소한다는 역설이 발생한다. 

 

2013년 개정 선거법에서는 상위배분 전에 의석 배정 절차를 신설했다. 우선 주별 법정의석수를 배정하고 주명부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로 의석을 배분한다. 그 뒤에 상위배분과 하위배분을 진행한다. 상위배분에서 정당별 의석이 비례에 맞도록 보정의석을 배정하도록 했다. 정당별 최종 의석수가 정해졌다면 이 의석을 주명부 득표율에 따라 하위배정한다. 이로써 음의 득표가치 문제가 해결됐고 초과의석으로 인한 이익을 보정의석으로 상쇄할 수도 있게 됐다. 2013년 선거법 개정으로 어느 정당도 득표율을 초과하는 의석은 획득하지 못하게 됐다.

 

2.2. 2023년 개정 법률 내용

2013년 선거법 개정 이후 보정의석 도입에 따른 의석 수의 지나친 증가라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아래 그림에서 보다시피 보정의석이 2017년 총선에서는 초과의석이 46석, 보정의석 65석이 배분되어 의원정수가 709명이 되었고 2021년 총선에서는 초과의석이 37석, 보정의석이 무려 104석이 배분되어 총 736명의 역대 최대 연방의회가 구성됐다.

 

이는 소수정당의 약진과 관련있다. 지역구 투표에서는 큰 정당이 강세를 보이지만 제2투표에서는 소수정당의 득표율이 늘어난 것이다. 유권자가 지역구선거와 정당명부선거에서 각각 다른 정당을 선택하는 분할투표를 하고 있다. 

자료: 국회입법조사처

 

2021년 제20대 연방의회가 구성되자마자 의석수 감축을 위한 논의에 돌입했다. 신호등 연합(사민당, 녹색당, 자민당) 주도로 2023년 선거법이 개정됐다. 통과된 법률은 의석 수를 630명으로 고정했고, 지역구 1위 득표자는 정당할당의석 범위 내에서 당선으로 인정한다. 만약 어떤 주에서 지역구 1위 득표자 수가 정당할당의석을 초과한다면 지역구 1위 득표자 간 득표율에 따라 당선인을 가려내도록 했다. 즉, 지역구에서 1위를 하고도 낙선처리될 수 있고 해당 지역구는 지역구의원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제1투표는 '지역구투표'로, 제2투표는 '주(主)투표'로 명칭도 바뀌었다.

 

3. 시사점

2023년 선거법 개정을 통하여 독일은 더이상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고 전면적 비례대표제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당이 차지하는 의석은 전적으로 정당명부 투표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를 섞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창안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킨 독일이 사실상 전면적 비례대표제로 선회했다는 사실은 선거제도 역사에서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창시국인 독일조차 제도의 한계를 인식하고 비례대표제로 선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집착은 내려놓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국회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점은 1) 지역대표성과 2) 비례성 강화이다. 1) 지역대표성은 전통적인 생활공간과 지역에서 공유하는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한 대표자가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리고 지방 인구의 감소와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역대표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 2) 비례성 강화도 중요하다. 유권자의 의사는 단순히 지역에 국한되어서만 대표되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사회적 계층의 의사를 국회가 반영해야 하는데 그러한 점에서 비례대표제는 꼭 필요한 제도라고 할 수 있겠다. 

 

관건은 비례대표 의석배분 방식이다. 만약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할 경우 위성정당 출현의 문제를 그대로 안은 채 종국에는 독일이 봉착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선거제도는 병립형 선거제도를 채택하되 비례대표의원 비중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지역구 개수를 줄이는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비중이 2:1은 되도록 비례대표 의원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례대표 의원 비중을 끌어올린다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봄직 하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고착화된 지역주의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고 해당 권역의 유권자의 비례대표 투표 영향력이 상승할 것이다. 물론 이 때도 병립형 선거제도를 채택해야 초과의석 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한계가 많은 제도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집하기보다는 비례대표 의원 비중을 높여 기존보다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 이부하,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비례성・형평성 제고방안 연구〉, 《법학논고》 제82집,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2023.
  • 허석재,  〈2023년 독일 연방선거법 개정 내용과 시사점〉, 《외국 입법·정책 분석》 제36호, 국회입법조사처,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