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덕수 탄핵안 기각
지난 월요일 국무총리 한덕수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있었다. 기각 5인, 각하 2인, 인용 1인으로 국무총리 한덕수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는 기각됐다.
대통령 권한대행 중인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에 적용되는 의결정족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정족수인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판단했다. 재판관 4인(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은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는 헌법 및 법률을 위반했으나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기각의견을 냈고 재판관 1인(김복형)은 한덕수가 어떠한 헌법과 법률도 위반했다고 보지 않았다. 재판관 2인(정형식, 조한창)은 대통령 권한대행 중인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에는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요구된다면서 각하했다.
오직 1명의 재판관(정계선)만이 인용의견을 냈다. 피소추인 한덕수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 중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 및 헌법재판관 미임명 관련 피소추인의 헌법과 법률 위반이 인정되고 그 위반의 정도가 피청구인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기각될 것이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적어도 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이 1명보다는 많을 줄 알았다. 피소추인이 헌법 및 법률 위반을 저질렀지만 그 정도가 파면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참으로 궁색해 보인다. 기각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밝힌다.
2. 헌법재판관 미임명 관련 판단에 대하여
재판관 5인(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계선)은 피소추인이 국회가 선출한 3인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미리 밝힌 행위는 헌법상의 구체적 작위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그 중 정계선 재판관을 제외한 4인은 피소추인의 위헌, 위법적 행위가 파면 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지 않아 기각 의견을 냈다.
여기에 대한 그들의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아래는 헌법재판소 보도자료에서 피소추인을 파면하지 않는 결정을 내린 이유를 적은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파면하지 않는다고 결정하면서 '피청구인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헌법재판소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적 또는 의사에 기인하였다고까지 인정할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상식에서 벗어난 주장이다. 왜냐하면 당시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3석이 공석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6명 체제로 사건을 심리는 할 수 있도록 되었지만 선고 가능 여부는 불확실했다. 헌법재판소 내부에서는 6인 체제로 사건을 심리하고 사건에 대한 선고까지 내릴 경우 정당성 등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렇기에 한덕수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행위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정당성을 흔들고 탄핵심판을 무기한 지연시킬 수도 있는 사태를 만들 수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결과적으로 국무총리가 탄핵되고 최상목이 권한대행이 된 이후 헌법재판관을 2인 인명했고 탄핵심판이 정상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기각 의견도 납득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로 따지면 윤석열의 비상계엄 역시 문제가 없다고 귀결된다. 윤석열의 말마따나 계엄이 금방 종료되었고 아무도 체포되거나 구금되지 않았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기에 '헌법재판관의 임명 거부가 헌법재판소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기각 의견은 상식적이지 않다.
유일하게 헌법재판소를 무력화시키려는 한덕수의 행위를 엄중하게 받아들인 재판관은 정계선 재판관 한 명뿐이다. 도대체 아래와 같은 결정문을 왜 다른 재판관을 쓰지 못했던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시 한덕수의 책무는 헌법재판관을 신속히 임명해 대통령 탄핵심판이 빠르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이면서 행정부 수반이다. 국민으로부터 직접 권위를 부여받은 정통성 있는 권력자다. 대통령 공백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우리나라 대외신뢰도는 떨어지고 정부의 행위에 대하여 정통성이 악화될 것이다.

3. 신뢰를 잃어버린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들의 기각 사유와 각하 사유를 보면 헌법재판관이 이미 결론을 정하고 결론에 맞게 헌법과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재판 결과가 나온다면 헌법재판소는 더이상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법과 상식은 뒤로 하고 신념과 고집에 부합하게 판결문을 작성하는 자들을 어떻게 최고 법관이라 할 수 있겠는가?
한덕수에 대한 탄핵 선고 결정문은 재판관들이 미리 기각하겠다고 결정한 이후 작성한 결정문과도 같다. 헌법재판소는 오로지 법에 따른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를 따진 결정을 했다고 강하게 의심받고 있다. 당파적 이해를 고려한 정치적 행위는 입법부와 행정부에서 하는 것이다. 사법부는 당파와 진영논리와는 무관하게 오로지 법리에 따라서만 독립적으로 판결을 내려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그 기본 원칙을 내팽겨쳤다.
참고:
- 헌법재판소 2025. 3. 24. 선고 2024헌나9 결정.(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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