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극우 세력,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econtopia 2025. 2. 15. 23:59

1. 날로 부상하는 극우 세력
극우 세력이 날이 갈수록 선을 넘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한민국의 법원을 습격하더니 이번에는 5.18 당시 시민들이 계엄군에 맞서 싸웠던 금남로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옹호했다. 또한 대통령 탄핵 인용을 막기 위해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행위도 서슴치 않고 있다. 문형배 재판관이 음란 게시물에 댓글을 단 것 처럼 짜깁기한  가짜뉴스가 극우 성향 커뮤니티와 유튜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문제는 제도권 정당이 극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의도적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절차에 대한 논란을 부각시키면서 지연 전략을 펴고 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불복 여론을 조성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문형배 재판관에 대한 가짜뉴스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국민의힘은 이를 헌법재판소 압박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은 17일 헌재에 항의 방문해 정치적 압박을 넣으려고 한다. 심지어 한 의원은 문형배 재판관 탄핵소추안까지 발의한다고 한다. 국민의힘 구성원이 극우 세력과 동조화되고 있다.
 
2. 극우란 무엇인가?
극우 세력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극우 세력은 계엄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려 했던 윤석열의 위헌·위법한 행위를 옹호하고 있다. 비상계엄이 성공했을 경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졌을 것임은 자명하다. 또한 극우 세력은 윤석열의 구속을 반대하며 법원에 침입했으며 경찰을 폭행했다. 폭력적 수단을 사용하여 법원을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극우 세력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먼저 좌와 우를 구분해보자. 좌파와 우파를 구분하는 기준은 평등함에 대한 시각차에 있다고 보는 것이 보편적이다. 좌파는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은 인위적인 것이며 국가의 개입으로 불평등이 극복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편 우파는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은 자연스럽고 국가의 범위 밖에 있다고 믿는다.
 
극우에서 불평등은 경제적 측면에 그치지 않고 인종과 민족, 국적 등에도 적용된다. 서로 다른 민족과 인종에 대한 차별은 극우 세력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양한 민족은 서로 섞이지 않고 각자의 지역이나 국가에서 거주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 '민족적 다원주의(ethnopluralism)'이 극우의 핵심 가치로 여겨진다. 극우는 인종, 민족, 국적을 주요 쟁점으로 한 사회에서의 다양성을 거부한다. 그리고 사회문화적 소수자 집단을 상정하고 이들 집단에게 지속적인 린치를 가함으로써 단결을 증대한다.
 
3. 한국적 극우의 특성
위에서 설명한 극우는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 잘 들어맞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은 서구와는 달리 이민 문제가 주요 이슈가 아닐뿐더러 인종과 문화적으로 동질하다는 사회적 특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적 극우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의해야 한다. 한국적 극우는 한국 사회의 특수한 상황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에서 극우 세력은 친미와 반공주의 성향을 보인다. 따라서 한국의 극우는 한미 동맹에 대한 강한 선호와 국가보안법의 수호로 나타낼 수 있다.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서 극우는 민족주의와 결부되어 나타난다. 서구에서는 강한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유럽에서는 반-유럽연합(EU), 미국에서는 미국제일주의로 나타난다. 다만 한국의 극우 세력이 보이는 특징은 서구의 민족주의와는 결이 다르다. 한국의 극우는 국가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아니라 남북분단이라는 현실을 반영해 더 강한 나라에 의존하고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그렇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극우 세력이 보이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그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 극우 세력이 용인하는 불평등에는 경제적 불평등뿐만이 아니라 인종과 민족, 국적에 따른 불평등도 포함된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차별도 불평등의 이념적 확장하에서는 당연한 현상이다. 한 사회에서의 다양성 거부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반대와 연결된다. 특히 극우적 이념은 다원주의와 소수자에 대한 헌법의 보호라는 민주주의 특징을 크게 훼손한다.
 
한국에서 극우 성향을 보이는 개인 역시 민주주의를 최선의 정치제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친미와 반공을 위해서라면 상황에 따라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극우정당은 강령과 정강정책에서 이승만과 박정희의 이념과 정책을 수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극우정당이 '자유민주주의'를 핵심가치로 내세우는 것은 대단히 이상한 현상이다. 왜냐하면 극우 세력에게 민주주의는 최선의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극우 세력의 부상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거제도의 영향으로 극우 정당이 제도권 진입에 실패했다. 하지만 극우 세력은 보수정당과 자주 결탁하는 모습을 보인다. 보수정당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때로는 보수정당 내에서 세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그러한 만큼 보수정당 내 극우적인 주장이 얼마든지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 극우정당의 제도권 진입이 어려운 만큼 보수정당은 극우 바이러스의 침입에 매우 취약하다. 잘못하다간 보수정당이 반민주정당이 될 수도 있다.
 
4. 극우의 부상에 대처하는 방법
적어도 민주주의가 최선의 정치체제라고 생각한다면 극우의 부상은 막아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극우의 부상을 막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체제 보존에 동의하는 넓은 민주주의 연합을 꾸려야 한다.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그 연합이 국회의 압도적 의석을 획득해야 한다. 대통령도 배출하여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공고히 하는 작업을 시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당에서는 극단적 인물이나 언행을 용인해서는 안 되고 민주주의 규범을 위배하는 인물을 배제하는 문지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민주당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극우 세력을 몰아낼 수 있는 역량이 되는 제도권 내 정당은 민주당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민주당을 중심으로 민주주의 수호하는 세력이 규합하는 빅텐트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 안에서 정치적 선명성은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대신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정책에는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 극우 세력은 갈등을 바탕으로 편을 갈라서 이익을 보고 스스로 단결해 나가기 때문이다.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불평등이 완화되어야 하고 지역간, 산업간 나타나는 사회적 분열 역시 최소화되어야 한다.
 
나아가 유권자의 노력도 필요하다. 단순히 정치가의 노력뿐 아니라 유권자가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정치인의 행동에 경각심을 가지고 견제를 할 수 있어야 우리 사회가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비정상적인 정치 행태에 맞서야 한다.
 
참고:

  •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어크로스, 2024.
  • 황인정, 〈누가 한국의 극우인가? 한국 극우의 특징과 정치적 함의〉, 《정치정보연구》 제27권 제2호(통권 제64호), 한국정치정보학회,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