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소설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978

econtopia 2026. 1. 12. 21:35

1. 줄거리

난장이는 벽돌 공장 밑에서 아내, 그리고 세 자녀와 함께 살아간다. 그는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던 중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쫓겨난 지섭과 교류하며 사회 구조의 부조리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가지게 된다. 난장이는 가난한 현실 속에서도 책을 읽으며 '달나라'라는 이상향을 꿈꾸지만 그의 삶은 냉혹한 현실에 철저히 짓눌려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지역은 재개발 지구로 지정되어 철거 계고장이 날라온다. 그의 자녀들은 몸이 좋지 않은 아버지를 대신해 공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막내딸 영희는 아파트 입주권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한 끝에 가져오는 데 성공하지만 이미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였다. 이후 가족들은 은강시로 이동해 은강그룹 계열 공장에서 노동자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이곳의 노동조합은 사측에 예속된 어용노조에 불과했으며, 근로기준법은 일상적으로 무시되고 있었다.

 

영수는 공장 일만 할 뿐 아니라 노동자들을 조직해 제대로 된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한 노동운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현장 내부에서의 활동에 한계를 느낀 그는 노동자 교회의 교육을 이수하고 은강대학 부설 노동문제연구원에서 공부하게 된다. 

 

이후 지섭의 조언을 받아 현장으로 돌아와 노동운동을 이어가지만 지부 대의원 선거 과정에서 사측의 지속적인 방해에 직면한다. 결국 영수는 노동자를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단죄를 내리겠다는 생각으로 은강그룹 회장을 살해하려다, 외모가 비슷한 그의 동생을 살해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살인되로 사형을 선고받는다.

 

2. 감상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희망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비극적인 서사로 전개된다. 아버지 난장이는 달나라라는 이상 세계를 꿈꾸지만 그의 현실은 바닥으로 추락하는 쇠공처럼 추락한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이상적인 세계를 갈망하던 영수 역시 결국 살인자가 되어 부조리한 현실의 제도 속에서 사형이라는 결말을 맞는다. 지구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사회 제도는 끝내 제시되지 않는다.

 

작품은 부자와 빈자, 기득권층과 노동자층의 선명한 대비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제시가 곧바로 현실의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신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인간이 소외되는 현실을 한 가족의 파멸적인 삶을 통해 보여주며, 인간이 배제된 발전과 성장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묻고 있다.

 

아버지 난장이와 그의 자녀들인 영수, 영호, 영희가 겪는 비극은 매우 처절하다. 이들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지 못한 채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산업화 과정을 온몸으로 견뎌낸 인물들이다. 주제는 극히 현실적이지만 작가가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탈현실적이고 우화적인 성격을 띤다. 이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초월적인 상상력으로나마 견뎌내고자 한 시도처럼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인간 존엄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인문주의와 심미적 이성이 절정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