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이 소설은 윌리엄 스토너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작은 농가에서 태어난 스토너는 미주리 대학교에 진학한 뒤, 2학년 때 아처 슬론의 영문학 개론 수업을 듣고 처음으로 문학의 매력에 눈을 뜬다. 그는 그때부터 문학에 깊이 빠져들어, 결국 영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학문적 길을 걷게 된다.
스토너는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강사가 된다. 어느 날 문리대 학장 조시아 클레어몬트의 자택에서 열린 리셉션에서 이디스 엘레인 보스트윅을 만나 결혼하지만, 무뚝뚝하고 내면적으로 불안정한 이디스와의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결혼 3년 만에 딸 그레이스를 낳지만, 이디스는 출산 이후 잦은 병치레로 앓아 눕는 일이 많았고, 스토너가 집안일과 육아를 도맡아야 했다.
이디스의 요청으로 그녀의 아버지에게 빌린 돈으로 가족은 캠퍼스 근처의 2층 주택으로 이사한다. 그 무렵 스토너는 자신의 첫 저서를 완성하고 큰 자부심을 느낀다.
1927년 봄 스토너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그해 겨울 어머니도 뒤따른다. 그리고 2년 후 대공황 여파로 지역은행 행장이었던 장인 호러스 보스트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장례를 위해 세인트루이스로 떠났던 이디스는 두 달 후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한동안 그레이스에게 과도한 관심을 보이다가 다시 냉담하게 방치하는 등 극단적인 태도를 반복한다. 그 무렵 이디스는 스토너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기 시작하고, 부부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된다.
그즈음 스토너는 자신의 대학원 세미나를 듣게 된 찰스 워커를 만난다. 새로 부임한 교수 홀리스 로맥스가 워커의 지도교수였다. 스토너는 수업에 불성실하고 비아냥거리는 워커에게 낙제점을 부여한다. 이후 박사과정 예비 구두시험에서 워커가 기본적인 질문에도 답하지 못하자 스토너는 불합격 의견을 내고, 이 일로 로맥스와의 관계가 틀어진다. 이후 학과장으로 승진한 로맥스는 개인적 감정을 드러내며 스토너에게 1학년 기초 수업만을 배정하고 강의 시간을 들쭉날쭉하게 만드는 등 보복성 행정 조치를 단행한다.
이디스와의 갈등, 직장 내 불이익으로 인해 스토너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며 우울감에 빠진다. 그러던 중 그는 젊은 강사 캐서린 드리스콜의 논문 작업을 도와주다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곧 학교 내 소문으로 번지고, 결국 로맥스의 압력으로 드리스콜은 학교를 떠나게 된다.
드리스콜과의 이별 이후 스토너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된다. 그는 젊은 시절 종종 봐왔던 '괴짜 교수'의 모습으로 점점 변해 간다. 한편 시간이 흐르고 미주리 대학교에 입학한 그레이스는 어느 날 부모에게 임신 소식을 전한다. 그녀는 아이의 아버지 에드워드 프라이와 결혼하지만,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프라이는 태평양 전쟁에 참전하게 되고 아이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전사한다.
남편을 잃은 그레이스는 세이트루이스의 시댁에서 지내며 점점 술에 의존하게 된다. 스토너는 그때서야 깨닫는다. 그레이스에게 어린 시절 집은 감옥과도 같은 공간이었으며, 그녀의 임신은 일종의 탈출 시도였다는 것을.
세월이 흘러 스토너는 예순네 살이 된다. 정년을 앞두고 몸이 급속도로 쇠약해진 탓에 연장 근무 대신 퇴직을 결심한다. 그는 병원에서 종양을 발견하고 수술을 받으나 완치되지 않는다. 점점 말할 힘마저 잃어가던 스토너는 조용히 생의 끝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2. 감상
스토너의 인생은 단순했다. 그리스콜의 말처럼, 그의 삶은 오직 공부와 사랑뿐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단조롭고 평범했지만 그의 내면은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스토너에게 공부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인생 그 자체였다. 그런 의미에서 스토너는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한 내면의 모터를 품고 살아간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스토너가 얼마나 단단한 삶을 살았는지는 로맥스와의 갈등을 통해 드러난다. 스토너는 워커의 구두시험 성적을 적당히 합격 처리함으로써 로맥스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불성실하고 부정직한 워커가 대학원생이 되고 훗날 교수가 될 경우 학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이 결정은 스토너가 조교수 위로 승진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지만, 동시에 그를 평범한 인물이 아닌 신념을 가진 인간으로 남게 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따뜻한 부분은 평생 친구 고든 핀치의 존재였다. 핀치는 비록 학장으로서 스토너와 다른 길을 걸었지만 언제나 스토너의 편에 서 있었다. 스토너가 병상에 누워 있을 때에도 매일 그를 찾아와 곁을 지켰다. 인생에서 그런 친구 한 사람만 있어도 충분히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스토너의 결혼생활은 불행했다. 그는 일찍이 이디스와의 결혼이 실패했음을 깨닫는다. 이디스가 집을 떠나 있던 시기 스토너는 오랜만에 해방감을 느꼈고 그때 비로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깨달았다. 이디스는 스토너의 감정을 억누르는 존재, 즉 그의 감정 억제기였다.
이디스 또한 결혼 생활이 불행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녀는 전형적인 조울증 증세를 보이며, 감정 기복이 매우 심했고 남편과의 정신적 교감이 서툴렀다. 그녀의 불안정한 성격은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숙녀 교육과 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스토너와 결혼함으로써 꿈꾸던 유럽 여행도 포기하고 가사 노동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이 그녀를 더욱 옥죄였다. 이러한 억눌림은 결국 스토너에 대한 분노와 냉소로 표출됐다.
이디스의 변화에 대해 스토너가 취한 태도는 인내였다. 그는 그녀의 불안정한 감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고, 결국 갈등을 피하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그 인내는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켜 드리스콜과의 불륜, 그레이스의 일탈로 이어지고 만다. 스토너는 사랑과 결혼 모두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불행한 결말을 맞는다. 그래서 그의 삶은 더욱 애잔하게 다가온다.
죽음을 앞둔 스토너는 자신의 인생을 실패로 여긴다. 그는 진정한 사랑을 얻지 못했고 학자로서의 명성도 쌓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찬찬히 돌아보면, 그는 언제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온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했고, 그 속에서 보람을 느꼈다. 인생의 역경에 대처하는 방식이 서툴렀을 뿐, 그의 삶을 실패작이라고 치부할 이유는 없다.
스토너의 인생은 충분히 값진 인생이었다. 그는 끝까지 자신답게 살아냈고, 그것만으로도 존경받을 만하다. 만약 내가 스토너를 만날 수 있다면 그에게 수고 많았다고, 이젠 편히 쉬라고 위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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