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소설

조지 오웰, 《1984》, 1949

econtopia 2025. 10. 9. 16:08

1. 줄거리
1984년 오세아니아의 정치 통제 기구인 당은 빅브라더라는 인물을 내세워 독재 권력을 꾀하고 있다. 당은 출판 및 기록을 엄격히 금지하고 텔레스크린과 사상경찰을 통해 당원의 생활을 철저히 통제하며 상호 간의 감시를 유도한다. 윈스턴 스미스는 이러한 억압에 불만을 품고 언젠가는 무산계급 노동자들이 혁명을 일으켜 인간의 개성이 존중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던 중 윈스턴은 줄리아라는 매력적인 여성과 비밀 연애를 시작한다. 물론 당원 간의 연애는 금지되어 있었으며 오로지 출산의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성행위가 허용됐다. 줄리아는 자신의 자유로운 성생활을 억압하는 당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당의 나머지 억압적 행위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윈스턴은 아무런 확증 없이 핵심당원 오브라이언이 당에 적대적인 인물이라고 믿는다.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의 집을 찾아가 형제단에 가입할 것을 맹세하고 그로부터 골드스타인이 저술한 책을 받아 읽는다.

 

그러나 윈스턴은 줄리아와 함께 채링턴 씨의 상점 위층의 작은 방에서 사상경찰에게 체포된다. 줄리아와의 만남 장소를 제공했던 채링턴 씨는 알고 보니 사상경찰이었고 그 방에서의 행위는 모두 감시되고 있었다. 윈스턴은 감방에 끌려가 며칠동안 잔인한 고문과 심문을 받는다. 고문과 심문으로 심신이 지쳐갈 즈음 오브라이언이 직접 나타난다.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을 철저히 세뇌했으며 결국 윈스턴은 빅브라더를 사랑하게 된다.

 

2. 감상

전체주의에 대한 조지 오웰의 깊은 풍자 정신과 예리한 통찰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당이 사람들을 어떻게 통제하고 독재를 유지하는지 인간과 사회에 대한 면밀한 행태 분석과 심리 파악을 통해 그려냈다. 그가 제시한 통제 방식은 하나의 정치 철학이자 독재자의 교범처럼 보였다. 

 

당이 독재권력을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살펴보면 작가의 치밀함을 알 수 있다. 당은 주로 당원에 대해 강력한 통제를 가한다. 과거 혁명 계급에 속했거나 현재 당의 업무를 맡아 하며 교육을 받은 계층은 언제든지 당의 혁명 사상에 모순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가능성을 완전 차단하기 위해 당은 개인의 사생활까지 감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당원은 자유로운 인간이 아니라 우리 속에 갇힌 가축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당이 사람을 통제하는 방식은 끔찍했다. 책의 출판은 금지됐고 역사나 기본적인 사실조차 '현재'의 입맛에 맞게 수시로 조작됐다. 그러나 인간의 원초적 욕구는 완전히 말살할 수 없었다. 당은 인간의 욕구 분출을 억누르고, 그로 인해 발생한 긴장과 불안을 전쟁 열기와 지도자 숭배로 바꿔냈다. 그렇게 체제에 길들여진 개인들은 빅브라더를 숭배하며, 당에 열광하는 하나의 가축으로 전락했다.

 

반면 무산계급에 대해서는 거의 통제하지 않았다. 그들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데에 급급했기에 큰 것을 보지 못하고 작은 일만 기억할 뿐이다. 정치나 자신들의 처지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기에 윈스턴이 꿈꾸던 무산계급에 의한 혁명은 일어나지 않았다.

 

윈스턴과 줄리아의 대비가 인상깊었다. 윈스턴은 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류의 인간이다. 그는 지식인이자 사유를 통해 당의 모순을 인식하고 민중의 봉기를 꿈꾸는 사람이다. 반면 줄리아는 본능과 감정을 중시하는 인물로 평범한 소시민을 상징한다. 두 사람 모두 현재 정치 체제가 잘못되었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 원인과 해결 방법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생각은 달랐다.

 

어쨌든 이 둘은 중대한 사상죄를 저질렀고 그런 자들을 당은 결코 그냥 사라지게 두지 않는다. 완벽한 정신 개조를 통해 그들을 진심으로 당에 충성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낸다. 이러한 점이 순수한 공포로 다가왔다.

 

소설을 읽으며 독재 정권의 잔혹함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독재 사상에 물들어가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전체주의에 동조하고 자발적으로 그 이념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섬뜩했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이기에 강력한 지도자 앞에서 이성적 판단을 포기하려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현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씁쓸한 공감이 밀려왔다.

 

이러한 체제가 과연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경제성장은 정체되어야 하고, 교육 수준은 높아져선 안 된다. 그러나 제조 활동과 노동자의 재생산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당은 항상 외부의 적을 만들어 전쟁 상태를 지속시킨다. 오브라이언이 건네준 책에 따르면, 당은 상·중·하 계급으로 나뉜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영속화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에게 노동 계급의 해방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윈스턴은 이에 굴복한다. 소설은 이렇게 깊은 허무주의로 결말을 맺는다.

 

《1984》는 전체주의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전체주의 사회 속 한 개인의 의문과 해방, 그리고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가며 독자는 점차 무력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