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가즈코는 전후 몰락해 가는 귀족 가문의 장녀로, 이제 스물아홉이다. 그녀는 패전 이후 와다 삼촌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와 함께 도쿄에서 이즈의 한 산장으로 이사해 살고 있다. 어머니는 점점 쇠약해져 갔고, 가즈코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밭일을 하며 생활력을 키워 나간다.
그러던 중 남동생 나오지가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다. 나오지는 여전히 까칠하고 불안정한 성격이었다. 그는 도쿄에서 문학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자주 외출했다. 나오지는 과거 마약에 빠진 적이 있으며 군대에서도 아편 중독이었다고 한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후에도 그는 술에 의존하며 시간을 보냈다.
과거 가즈코는 나오지의 마약 중독 문제로 소설가 우에하라 지로를 찾아간 적이 있다. 우에하라를 만난 가즈키는 그에게 감정을 품게 됐고, 결국 남편 야마키와 이혼하는 계기가 됐다.
이즈로 이사온 뒤 가즈코는 우에하라를 마지막으로 본 지 6년이 지나, 그에게 연애편지를 세 차례나 보냈으나 답장은 없었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결핵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난다. 가즈코는 우에하라를 직접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니시오기쿠보역 근처의 술집에서 우에하라를 발견한다. 그녀는 후쿠이 씨의 집에서 우에하라와 하룻밤을 지낸다. 다음날 아침 나오지는 자살한다.
나오지는 유서에서 살 이유가 없다고 말하며, 자신이 한 서양화가의 부인을 흠모해 왔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가즈코는 우에하라에게 마지막으로 보내는 편지에서 그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알리고, 무너지는 현실 속에서도 스스로 그 삶을 헤쳐 나가겠다는 결심을 밝힌다.
2. 감상
몰락해 가는 귀족의 마지막 세대인 가즈코와 나오지가 보여준 선택의 대비가 인상깊다. 나오지는 자신이 귀족 출신이라는 사실에 우월감과 자괴감을 동시에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 전쟁을 거치며 세상은 완전히 변했고, 귀족이라는 지위는 그에게 거추장스러운 짐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몰락한 귀족을 조롱했고 나오지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허울뿐인 귀족으로 남고 만다.
나오지는 귀족으로서의 과거 습관과 자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를 '천한 사람'으로 만드려는 듯 행동한다. 그는 민중 계급의 기세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댔다고 말한다. 나중에는 이러한 상황에 현기증이 나 술 없이는 버티지 못할 정도로 약해진다. 그는 문학에 대한 열망과 그 아래에 깔린 추악한 현실의 간극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허약한 풀'이라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한다.
반면 가즈코는 다르다. 가즈코는 어머니의 존재를 삶의 이유로 삼아 왔다. 그러나 어머니가 몸이 쇠약해지면서 그녀는 새로운 삶의 목표를 찾는다. 그녀는 인간이 혁명과 사랑을 위해 태어난 존재임을 깨닫고 그 두 가지를 삶의 중심에 둔다. 과거와 달리 생활력을 키워 스스로 돈을 벌고, 우에하라의 사랑을 쟁취하는 것이 곧 그녀의 새로운 목표가 된다.
가즈코는 변화한 현실에 맞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인물이다. 비록 곧 사생아가 태어나겠지만 가즈코는 게의치 않는다. 자신이 원한 사랑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생에 대한 의지는 성모 마리아의 지위에 견줄 만큼 숭고하다.
한편 나오지가 유서에서 언급한 서양화가가 우에하라를 가리키는지가 모호하다. 다만 가즈코는 마지막 편지에서 우에하라의 형편없는 인격을 어떤 이로부터 들었다고 밝힌다. 그렇다면 아이를 우에하라의 부인이 안아주었으면 한다는 말은 어쩌면 자신의 남동생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어떻게든 성취해 주려는 누나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제목 '사양(斜陽)'은 지는 해를 뜻한다. 해가 질 무렵을 우리는 '황혼'이라고 한다. 우에하라는 가즈코와 더는 이어질 수 없음을 시사하며 '황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가즈코는 그 말에 맞서 '황혼이 아니라 아침'이라고 답한다. 해가 지는 곳이 있으면, 반대쪽에서는 새로운 해가 떠오른다. '사양'의 반대편에 있는 '아침'이야말로 가즈코의 새 출발을 의미한다. 그녀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투쟁 의지는 독자에게 묘한 희망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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