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소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야간 비행》, 1931

econtopia 2025. 12. 11. 17:20

1. 줄거리

파비앵은 파타고니아 노선 우편 항공기를 조종하며 부에노스아이레스 비행장으로 향한다. 그러던 중 거센 폭풍우를 맞닥뜨린다. 그는 폭풍우 아래로 빠져나가려 하지만 사방에서 몰아치는 비바람과 점점 줄어드는 연료로 인해 상황은 심각해져만 간다. 한편 야간 비행 책임자인 리비에르는 파비앵의 귀환을 기다리면서도 내색을 하지 않은 채 다른 업무까지 꼼꼼이 처리한다.

 

파비앵의 아내는 남편의 소식이 끊긴 것을 알고 회사로 찾아오지만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파비앵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어두운 하늘 위, 별빛이 보이는 고도까지 올라간다. 조금 전까지의 폭풍우가 거짓말처럼 느껴질 만큼 고요한 세계가 펼쳐지지만 결국 연료 부족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가지 못한다. 리비에르는 항공기 사고에 흔들리지 않고, 야간 비행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유럽행 우편 항공기의 출발을 지시한다.

 

2. 감상

리비에르는 일에 매우 엄격한 사람이다. 회사에 큰 기여를 했던 항공기 정비사 로블레조차 단호하게 해고하고, 어떠한 이유에서든 출발이 늦은 조종사에게는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직접 비행기를 조종하지는 않지만 야간 비행의 성공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며 지상에서 수많은 전신을 확인하고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간다.

 

반면 파비앵은 조종사로서 어두운 밤하늘을 직접 비행하는 사람이다. 위험을 알면서도 자신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나아간다. 그러면서 어두운 하늘로 올라가는 일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아내와 따뜻한 집을 뒤로 하고, 비행 시간만 되면 차갑고 거친 하늘 속으로 자신을 내던진다.

 

작품 속에서 리비에르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유럽행 우편 항공기를 출발시키며 야간 비행 제도의 지속이라는 목표를 굽히지 않는다. 그는 어려운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위해 임원진이나 반대하는 부하 직원과 맞서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사람이다. 생텍쥐페리는 결국 그를 승리자로 묘사한다.

 

내가 이 두 인물을 보며 공통적으로 느낀 감정은 숭고함이다.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목표를 위해 기꺼이 불편과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는 큰 울림을 준다. 인간은 존재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발견할 때 비로소 인생이 빛난다고 생각한다. 이왕 한 번 태어난 삶이라면, 비록 가시밭길일지라도 의미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더 값진 인생이 아닐까.

 

이 작품은 생텍쥐페리 자신이 실제 조종사였던 만큼 야간 비행의 묘사와 상황 설명이 매우 생생하다. 특히 파비앵이 폭풍우를 뚫고 별빛을 향해 올라왔을 때의 장면은 황홀함과 불안한 고요가 동시에 느껴졌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아래와는 전혀 다른 세계, 구름에 반사되는 별빛과 찻잔 속 태풍처럼 고요한 풍경에 대한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기묘한 정적을 체감하게 만든다. 파비앵과 무선사 외에는 어떤 생명도 없는 공간을 나는 그 순간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