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 1,480원 선에 근접하면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나 통화 팽창을 원화 약세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는 비난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환율 변동의 구조적 배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정책 당국에 과도하게 책임을 지우려는 측면이 강하다. 환율 상승 배경을 소개한 한 증권사 리포트에 제시된 분석을 토대로 환율 상승의 배경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엔화와의 동조화
원화 약세의 가장 유의미한 대외 요인은 엔화와의 동조화다. 작년 하반기 이후 달러/엔 환율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다카이치 사나에의 자민당 총재 선출 이후부터 통화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아베노믹스의 부활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다카이치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조기 총선까지 거론되며 엔화 약세 기대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과정에서 원화가 동조화되었고, 그 결과 엔/원 환율은 일정 범위의 박스권을 형성하며 움직여 왔다. 즉, 원화의 약세는 독립적인 국내 요인이라기보다는 엔화 약세에 연동된 대외적 흐름 속에서 설명하는 것이 타당하다.

2. 통화량 증가는 원화 약세 요인이 아니다
대내 요인으로 시선을 돌리면, 일각에서는 통화량 증가가 원화 약세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통화량 증가가 환율 약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통화량 증가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화폐의 실질가치가 낮아져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고 미국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지속하고 있다.
통화량이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은 구매력평가설을 통해서도 설명할 수 있다. 구매력평가설에 따르면 환율은 두 국가 간 물가 수준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 한국 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반면 미국은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경험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화량 자체보다는 물가 여건의 상대적 차이가 환율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즉 '돈이 많이 풀려 있기 때문에 통화가치가 떨어진다'는 단순한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다. 화폐수량설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통화량 증가가 물가나 실물경제를 자극하지 않았다면 이는 화폐 유통속도의 하락을 의미한다. 늘어난 유동성은 소비나 투자로 이어지기보다는 실물자산이 금융자산으로 흡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통화량 팽창의 원인을 정부의 재정정책에서 찾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M2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예수금은 예금취급기관의 부채 항목이며, 부채가 증가했다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자산, 즉 대출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예금취급기관의 신용을 분해해 보면 2025년 들어 정부 신용보다 기업과 가계 등 민간 신용의 기여도가 훨씬 컸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통화 팽창의 주된 배경이 정부 재정보다는 대출 정책과 민간 부문의 차입 확대에 있음을 시사한다.

3. 증권투자 수지 적자
환율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증권투자수지 적자다. 2024년 4분기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 잔액이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 잔액을 웃돌았다. 그러나 2024년 4분기 이후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가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를 압도하기 시작하면서 외환시장 수급 구조가 변화했다.
특히 환율이 유의미하게 상승했던 지난해 4~6월과 10~12월에 내국인의 해외주식 순매수가 크게 확대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외환시장에서 외국인보다 내국인의 투자 행태가 환율 상승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음을 의미한다.

4. 대미 투자 협상과 심리적 요인
대미 투자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도 높은 환율이 유지되는 배경 중 하나다. 당국은 외화자산 운용 수익을 통해 연간 200억 달러는 외환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조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외환보유액 증가 여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인식은 시장 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의 부담도 무시하기 어렵다. 수출 기업은 환전 시점을 관망하고 있으며, 그 결과 외화예금을 쌓아두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단기적으로 외환 공급을 제약하며 환율의 높은 수준을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5. 결론
현재의 환율 수준은 한국의 펀더멘털 약화를 반영한 결과라기보다는 시장의 수급 쏠림과 경제 비관론이 결합된 기대의 편중에서 비롯된 상승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 한국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은 우하향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성장률 전망치 역시 상향 조정되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시장 쏠림이 이어지고 있어 환율의 높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당국이 지난해 말 시장 안정화 정책을 통해 환율을 일시적으로 낮췄지만,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한 수급 주체들이 다시 달러를 매입하면서 환율은 재차 상승했다.
지금의 원화 약세를 펀더멘털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현 환율 수준이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용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참고:
- 이강, 〈한은이 유동성 늘려 환율 올랐다?...이창용 "들어보지도 못한 이론"〉, 《뉴스1》, 2026. 1. 15.(링크)
- 이승훈, 〈최근 원화 약세의 원인과 전망〉, 《메리츠증권》, 2026.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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