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환율 상승이 M2와 관련 있다는 주장
최근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배경에 대한 여러 설명이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정부의 돈 풀기로 인한 M2의 증가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유동성 확대에 대해 새로운 유동성이 공급된 것이 아니라 과거에 풀린 유동성의 구성항목 변화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M2 구성항목에는 '수익증권'이 포함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수익증권이란 '자본시장법상 투자신탁의 수익증권 중 MMF를 제외한 나머지 상품', 즉 사실상 ETF를 의미한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ETF 중심의 매수세가 크게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M2에 포함되지 않던 중장기 금융상품에 투자돼 있던 자금이 ETF로 이동하면서 M2를 증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 증권사 계좌에 남아있는 대기성 현금은 자동으로 한국증권금융에 예치되는데, 증권계좌 예수금은 결제대기금 또는 증거금 성격이 있기 때문에 통계상 통화량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대기자금이 ETF로 이동하면, 해당 금액이 통화량으로 잡혀 통화량이 늘어나게 된다.
아래 그래프는 월말 기준 수익증권 및 증권금융 예수금을 포함한 보험계약준비금의 전년동월대비 증가율을 나타낸 것이다. 한국은행은 증권금융 예수금과 생명보험계약 준비금을 구분하지 않고 묶어서 발표하기 때문에 완벽한 자료는 아니지만, 그래프에서 확인되듯 올해 4월을 기점으로 증가율에 뚜렷한 변곡점이 나타난 점은 주목할 만하다.

2. 국제 표준에 어긋난 한국의 M2 통계
이러한 흐름을 고려하면, 최근 M2 증가폭 확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9월 M2 증가율은 전년동월대비 8.5%였으나 수익증권을 제외하면 약 2.2%p 낮은 6.3% 증가로 크게 떨어진다. 즉 M2의 과도한 증가율은 정부의 주식시장 부양책으로 ETF 매수세가 늘어난 데 따른 통계적 착시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M2에 ETF를 포함하고 있으나 IMF에서는 이를 제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창용 총재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연말쯤 ETF를 제외한 통화량 지표를 같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3. 미미한 통화량의 영향력
또한 통화량 증가율과 환율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다. 예를 들어 2022년에는 M2 증가율이 하락했지만 환율은 상승했고, 2023년에도 이러한 패턴이 이어졌다. 이는 통화량과 환율 간의 관계가 너무 간접적이어서 즉각 반영되지 않을 뿐더러, 환율을 결정하는 다른 주요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달러/원 환율은 미국 금리, 글로벌 달러 가치, 국내 외환 수급 등이 대부분을 설명하며, 통화량은 환율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력이 크지 않다.

4. 서학개미의 투자 확대가 환율 상승 주요인
그렇다면 최근 환율 상승을 이끈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미국 주식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 급증이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소위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하루 평균 약 3억 달러이며, 최근 한 달간 누적 순매수 규모는 약 60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그만큼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크게 늘었음을 의미한다.

5. 외국인 투자자 이탈은 펀더멘털과 무관
여기에 최근 코스피지수가 4,000포인트를 돌파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순매도를 확대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은 원화 약세 요인이다. 다만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떠나는 것이 국내 경제에 대한 비관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 한국의 기초체력은 개선되고 있다. 한국의 5년 CDS 프리미엄이 정권 교체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와 안정적인 성장세가 반영된 결과다. 따라서 최근 환율 상승을 국내 경제 악화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이처럼 환율 상승을 단순히 통화량 증가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다소 일차원적이다.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복합적이며, 최근 흐름에서는 통화량 증가가 주된 요인이 아니라 국내외 수급 요인이 핵심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참고:
- 한국은행, 〈통화금융통계(2023)〉, 2023.(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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