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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미국 달러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적인 요인에 의한 달러 약세가 아니라 정책 불확실성과 신뢰 훼손에 따른 달러 약세라는 점에서 기존의 흐름과는 차이가 있다. 《메리츠증권》에서 관련 리포트가 나와 읽어보았다.
1.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상실 조짐
한 국가가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우위와 타 국가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현재 미국이 보이는 행태는 두 조건 모두 훼손하는 길로 걸어가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는 미국의 경제적 우위를 약화시키고 동맹국의 신뢰를 져버리는 역할을 한다. 감세 정책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불확실하게 하고 있다.
달러가 압도적인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1) 신뢰, 2) 유동성, 3) 거래 네트워크 조성 등의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 들어 달러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유동성 조건의 훼손이 가속화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였으며 정책이 번복되는 과정에서 매크로 불확실성을 야기했다. 미국의 거시경제 안정성이 훼손되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약화됐다. 또 미국이 다른 국가들에 가하는 금융제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유동성도 훼손됐다.
아래 그래프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외국 금융기관에 가하는 가장 높은 수준인 제재인 SDN(Specially Designated Nationals) 신규 지정 건수인데 2024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도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자국우선주의 기조하에서 늘어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2. 범용 제조업에서 미국을 추월한 중국
패권국은 경제력에서 다른 나라 대비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는다. 그렇다면 현재 미국의 경쟁력은 어떠한가? 산업에서의 비교우위를 측정하기 위해 현시 비교우위 지수(RCA)를 활용한다. RCA는 특정국 수출에서 어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전 세계 수출시장에서 그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나눈 값이다. 중국과 미국의 RCA가 2.0을 상회하는 품목을 보면 중국의 완승이다.
미국은 농산물, 일부 화학제품 등에서 우위를 점할 뿐미며, 중국은 공업제품 전반을 비롯해 가전제품, 전자장비에서 상당한 비교우위를 시현 중이다.
다만 미국은 바이오테크 등 첨단 제조업 일부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연구개발 역량과 우수한 인적자원도 보유하고 있다. 이것을 레버리지 삼아 미국은 우월한 위치를 유지하는 방안이 있다. 1) 미국이 우위를 보이는 지식-기술집약적 서비스업을 더욱 강화하고, 2) 동맹국과 협력하며(제조업), 3)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재정건전성을 제고하는 방안 등이다. 안타깝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이와는 다른 길로 가고 있다.
3. 다중통화 체제 준비 필요
앞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유지되겠으나 현 Top Currency에서 Negotiated Currency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다. Top Currency는 전 세계에서 압도적인 경제 우위에 있는 국가의 통화를 의미한다. 현재 달러의 지위가 이에 해당한다. 한편 Negotiated Currency는 국가 간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통화이다. 경제력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간 정치적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 유로화를 생각하면 된다.
만약 달러가 Negotiated Currency로 변화할 경우 달러의 가치 저장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미국채와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가 계속 의심받을 것이다.
미국채와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가 의심받으면 달러 스마일 곡선은 유효하지 않다. 달러화는 안전자산이 아니라 미국의 통화로서의 매력만 남게 될 것이다. 즉, 경제위기 상황에서 안전자산으로서 달러가 무조건적으로 매입되는 경우가 줄어들 수 있다.

자료:
- 이승훈, 박수연, 〈패러다임: 미국 헤게모니에 금이 가다〉, 《메리츠증권》, 2025.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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