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환율 상승의 역설

econtopia 2026. 1. 20. 10:19

최근 우리 외화자금시장에는 달러가 넘쳐나는데 정작 환율은 계속 오르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율은 양국 간의 물가나 금리 차이 같은 경제의 기초 체력에 의해 결정되지만 단기적으로는 현물환시장에서 달러를 사고파는 실제 수급에 의해 좌우된다. 작년 말부터 원화 가치는 달러인덱스보다 더 크게 하락하며 디커플링 현상을 보였다. 이는 단순히 대외 여건 때문이 아니라 우리나라 내부의 외환 수급 구조가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자료: 한국은행

 

외화자금시장에서는 달러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다. 외화를 빌리거나 빌려주는 시장에서는 달러 공급이 수요를 웃돌아 은행 및 금융기관끼리 달러를 싼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어 있다. 그 결과 내외금리차에서 스왑레이트를 뺀 가산금리가 축소되고 있어 달러 차입 여건은 과거 위기 시기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가산금리는 외화자금시장 내에서 빌려주려는 달러(공급)가 빌리려는 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지면 축소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확대되기 때문이다. 

자료: 한국은행

 

그렇다면 환율이 오른 이유는 무엇인가? 환율은 현물환시장, 즉 실제 달러를 사고파는 시장의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는 많아도 현물환시장에서 달러를 파려는 공급자는 적고 사려는 수요가 강한 구조가 형성되면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는다. 한국은행에서는 이러한 수급 불균형의 원인으로 다음과 같은 요인들을 제시한다.

 

(1) 경상수지와 해외투자 수급 불균형.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지만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여 달러 수요가 강해졌다. 반대로 외국인의 국내 투자 유입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현물환시장에서는 달러 매도 공급이 충분하지 않았다.

자료: 한국은행

 

(2) 외화자금시장과 현물환시장 사이의 단절. 외화자금시장에서는 실물 환전 없이 달러가 풍부하지만 현물환시장에서는 달러를 실제로 매도하려는 참가자가 부족해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에 투자하기 위해 들어오는 달러는 보통 외환스왑이라는 거래를 거친다. 이는 달러를 잠시 빌려주고 원화를 받아 투자를 하는 형태라 외화자금시장에서는 달러 공급을 늘려주나 실제로 환율을 결정하는 현물환 매매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즉, 금융 시스템 전체에서는 달러가 풍부해 보일지라도 정작 환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달러의 실매물은 현물환시장에서 부족하다. 현재 외환시장에서는 풍요속의 빈곤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은 단순히 외화자금 부족에 따른 전통적 외환위기 상황과는 다르다. 과거 외환위기에서는 외화자금과 현물환시장이 동시에 어려움으로 나타났지만, 현재는 달러 조달 여건이 양호하다. 따라서 환율 상승만으로 금융위기 가능성을 결론짓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다만 환율 상승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높은 환율은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내수에 부담을 주는 부작용을 낳는다. 또한 환율에 대한 비관적 기대가 확산될 경우 자본 유출과 환율 변동성 확대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다행히 글로벌 투자자들은 여전히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신뢰하고 있으며, 주요 투자은행은 향후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연금과 외환스왑 체결 등 단기 처방을 시행하는 동시에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과 같은 구조적인 외화 유입 기반 마련에 힘쓰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현물환시장의 빈곤’과 ‘외화자금시장의 풍요'라는 불일치는 수급 불균형에서 기인한 것으로 환율 상승의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전형적 금융위기와는 구별되며, 경제 펀더멘털은 양호하다. 다만 환율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것은 정책 입안자에게 필수적이며 시장의 기대 심리를 관리할 책무 또한 부여된다.

 

참고:

  • 윤경수, 《외화자금시장에 달러는 많은데 환율은 왜 오르는 것일까?》, 한국은행 블로그, 2026. 1. 19.(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