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총평
투자를 할 때 우리는 종종 한 가지 관점에만 의존한다. 경제를 공부한 사람은 경제 이론과 경기 사이클에만, 정치를 보는 사람은 정책 기조에만, 과학기술에 익숙한 사람은 기술을 보유한 회사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세상이 복잡해지고 변수들이 상호작용하는 환경에서 이러한 단편적인 시각은 오히려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구체적인 매매 기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대신 투자에 임하는 태도와 사고방식을 점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제, 정치, 과학을 두루 살피며 각 요소가 투자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핵심임을 강조한다.
복잡계적 사고 방식을 완성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단순계적 사고 방식을 넘어서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투자자들보다 몇 발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을 조금씩 확장해 나가며 내 안의 세계를 더욱 다양하게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복잡계를 이해하는 법
세계는 결코 이분법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언제나 복잡하게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해석하는 우리의 이해를 기존보다 넓고 다양하게 확장해야 하고, 이는 평생에 걸친 학습을 요구한다. 복잡계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나 우연적인 요소들이 서로 겹쳐 작용한다. 즉, 운과 우연의 영향력이 커진다. 그렇기에 복잡계의 핵심 개념인 불확실성과 우연에 대한 이해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다음은 이해의 구조를 시각화한 사진이다. 우리는 데이터를 가공한 정보를 연결하여 지식을 얻는다. 여러 지식을 연결하고 조합하면 지혜를 얻게 된다. 지혜로움이 단단하고 깊어지면 직관의 단계로 넘어간다. 직관은 새롭고 낯선 문제들에 대해 번뜩이는 해법을 제공하며, 기존의 방법으로는 도달할 수 없었던 해결책을 찾게 해준다.

지식에는 옳고 그름의 경계가 있지만 지혜부터는 옳고 그름의 경계가 없다. 이 지점에서 실패의 가치는 오히려 커진다. 자신의 실수를 최고의 교보재로 삼고 그로부터 얻은 깨달음이 지식에서 지혜, 나아가 직관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직관에 의해 사고의 영역이 확장되면 최종적으로 우리는 통찰을 얻게 된다.
최근 AI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기계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영역도 분명 존재한다. 컴퓨터는 주로 연역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반면, 인간은 패턴 인식을 바탕으로 한 귀납적 추론을 활용한다. 이는 인간이 불확실한 정보만으로도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혜와 직관의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 인간의 역할은 결국 기계에 의해서 대체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단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3. 단순계 투자 vs. 복잡계 투자
단순계의 경제 구조는 기본적으로 사이클이 지배하는 세계다. 기술 혁신에 의한 콘드라티에프 파동, 건축 주기와 지역 확장에 따른 쿠즈네츠 파동, 설비 투자에 따른 주글라 파동, 재고 변동에 따른 키친 파동이 그 예이다. 경기는 흔히 네 가지 국면으로 나뉘는데, 각 국면마다 비교적 명확한 대응 전략이 존재한다. 그러나 복잡계적 성격이 강해진 현실 세계의 주식시장은 이러한 경기 사이클 기반 해석이 잘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경제를 단순계로 가정하고 있는 기존 학문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2008년 이후 투자 환경에서는 경제 논리의 비중이 줄어들고 정치와 과학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됐다. 과거의 경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였다면, 새로운 경제는 시간 자체보다 이벤트의 발생 여부와 확률적 확실성이 임계치에 도달했는지에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시장의 흐름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종합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단순계에서는 변수들이 비교적 명확히 분리되지만 복잡계에서는 변수 간의 확실한 분리가 거의 불가능하다. 단순계 투자에서는 사이클 상 현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복잡계 투자에서는 다양한 과점과 깊이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투자 대상의 잠재력이 임계점에 도달하여 성과로 이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중요하다.
3.1. 금리 구조의 결정 과정
단순계와 복잡계에서의 금리 구조 결정 과정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단순계에서는 금리가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에 따라 움직인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제반환경(유동성) 등이 금리 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특히 단기금리와 장기금리의 구분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고, 두 금리 간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경우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기술 발전과 정책 환경의 변화로 금리에서 기간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과거보다 감소했다. 대신 정부의 지불 능력과 정치적 판단이 금리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부상했다. 그 결과 금리의 움직임은 과거와 달라졌고 주가와 금리 사이에 존재하던 비교적 안정적인 상관관계도 약화되었다. 단순계에서는 사이클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정책 변화와 유동성 흐름에 훨씬 민감한 구조로 전환된 것이다.
복잡계에서의 금리는 시간가치(0에 수렴), 신용가치, 제반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저자는 이제 금리가 정부가 발행한 채권 규모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신뢰 수준, 즉 정치적 요인을 반영하는 지표로서의 성격이 더욱 강해졌다고 해석한다.
4. 복잡계 세상에 대응하기
복잡하게 얽힌 복잡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영향을 주는 변수들을 나열한 뒤, 중요하지 않은 변수를 제거한 후, 남은 변수들에 우선순위를 부여해 분석한다. 이후 의서결정을 거쳐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복잡계 세상에서 핵심 변수로 과학, 정치, 경제를 꼽는다.
지금은 명실상부 데이터의 시대이다. 고도화된 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데이터 중심의 사회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전환기에는 정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급격한 기술 변화는 필연적으로 빈부격차를 확대시키며, 이는 정치적 방식의 해결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세계의 복잡성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기존 방식은 도태되고 새로운 혁신이 확산되는 창조적 파괴 또한 상시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5.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다양한 관점을 반영해 중요한 변수를 이해해 결정하고 적절하게 행동해야 한다'. 복잡계에서 가치투자는 충분조건에서 필요조건으로 위상이 낮아졌다. 이제는 기존에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앎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새로운 관점을 기존 현상에 적용할 때 전혀 다른 해석과 투자 아이디어가 도출될 수 있다.
복잡계에서 투자 의사결정의 주요 변수는 펀더멘털, 유동성, 센티멘트다. 펀더멘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수용해야 하며,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과 관점을 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 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회 전반의 큰 변화를 읽는 톱다운 방식의 접근 역시 복잡계 환경에서는 필수적이다.
유동성 측면에서는 통화유통속도, 통화량, 금리가 핵심 요소다. 주요 자산군으로의 자금 유입 강도를 파악하는 것이 투자 판단에 큰 도움이 된다. 펀더멘털에 변화가 없어도 유동성 변화만으로 자산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음을 명심하자. 또한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자주 토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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