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트럼프가 불붙인 관세정책
관세는 트럼프의 오랜 소신이다. 1987년 트럼프는 본인 돈 9만여 달러를 들여 신문에 다음과 같은 광고를 냈다고 한다.
'미국이 아니라 부자 나라에 세금을 부과해 미국의 막대한 적자를 끝내고 미국 경제가 성장하도록 하자'
트럼프의 관세 부과는 그의 오랜 소신을 실현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소득세를 폐지하고 관세로 대체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실제로 미국은 1913년까지는 소득세가 없었으며 관세가 미국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그 때도 됐으니 이번에도 된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이다.
지난 4일 중국산 상품 전체에 10%p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가 발효됐다.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글로벌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 10일에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3월 4일 발효될 예정이다. 트럼프는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2. 트럼프의 속내
트럼프는 미국 내 세금을 줄이면 미국으로 투자가 몰려와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한다고 믿고 있다. 미국의 소득세는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원흉으로 소득세를 폐지해야 국가가 부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세금 감면 및 일자리 법(TCJA)에 대한 연장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선거 캠페에서는 최고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15%로 인하, 최고소득세율을 현행 39.6%에서 37%로 인하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렇게 미국 내 세금을 감면하거나 장기적으로 삭제한다면 관세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생각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고문은 관세 수익만으로도 감세 재원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면서 소득세 중심의 세금 체계를 관세 중심으로 전환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가 관세를 올리는 배경에는 자유무역에 대한 불신도 자리를 잡고 있다. 미국 제조업 붕괴는 자유무역에서 기인했으며 제조업 붕괴가 노동계층 몰락, 양극화 등 사회 문제로 이어졌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또한 중국이 정부의 보조금에 힘입어 값싼 제품을 수출하고 있어 자유무역이 훼손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관세 부과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의 핵심인 제조업 부흥과 무역적자 축소를 위한 방편일 수 있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보호무역정책이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고 무역적자를 축소시킬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MAGA 진영에 트럼프 자신이 공약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며 강인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나아가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된다.
3. 관세가 소득세를 대체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명백하게 '아니오'이다. 우선 미국이 1910년대 초까지 관세로 연방정부의 수입을 충당하다가 소득세를 도입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자. 당시에도 관세가 소비재의 가격 상승을 야기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비재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미국의 노동 계층이 너무 많은 부담을 지고 있었다. 당시에도 미국의 소비재 대다수는 수입되는 것이었다.
연방정부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 계층의 과도한 부담을 덜고자 연방소득세를 도입했다. 소득세는 관세보다 누진적인 세금 제도이다. 따라서 소득세 도입은 소득 불평등을 완화시키고 소득이 더 높은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부담하는 결과를 낳는다.
관세가 소득세를 대체하는 것 또한 현실성이 없다. 2023년 연방정부는 2.2조 달러의 소득세를 걷었다. 해당 연도 정부 수입의 절반 정도다. 그해 미국 수입은 3.8조 달러였다. 대충 계산해 봐도 평균 58%의 관세율을 부과해야 소득세 감소 효과를 만회할 수 있다. 물론 이는 관세가 오름에 따라 수입이 줄어드는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계산 결과이다. 따라서 실제로는 필요한 관세율이 훨씬 높을 것이다.
PIIE에서는 관세율을 50%로 올릴 경우 최대 얻을 수 있는 관세 수입이 소득세수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7,800억 달러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또한 소득세를 관세로 대체할 경우 노동비용이 상승하고 인플레이션이 유발되며 연방정부 적자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중·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커진다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트럼프는 미국의 관세 부과가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여준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강달러 압력으로 인해 수출이 부진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해외 생산 비용이 오히려 저렴해져 생산 기지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해외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미국으로의 수출 감소 영향을 상쇄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이 지속될수록 달러화는 강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강달러 압력이 지속될 경우 미국의 경제에도 좋을 것이 없다. 비미국 국가에서는 자국 통화의 강세가 달러 표시 수입품 가격을 낮추어 혜택을 입는다. 다만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수입품이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강세의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따라서 달러 강세로 인한 수입 물가 하락이 미국 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특히 현재 미국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관세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관세 부과가 소득세를 대체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히 '아니오'이다. 소득세를 감면하고 이를 관세로 대체하는 것은 오히려 퇴보하는 것이며 고소득층에만 이익이 될 뿐이다. 관세보다 소득세가 훨씬 누진적이기 때문이다. 관세 부과는 경제적 이점이 없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만 할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 경제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4. 시사점
트럼프의 관세는 매우 위험한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는 미국과 교역하는 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자신조차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의 기세가 약해질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관세 장벽을 높였을 때였다. 지난달 트럼프가 취임 연설에서 추앙한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 높은 관세장벽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이끌었다. 또한 매킨리는 임기 중 필리핀, 괌, 푸에르토리코를 침략해 이들 지역을 사실상 미국의 식민지로 만들었다.
팽창주의 추구, 고율 관세 부과 등 맥킨리는 트럼프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은 인물이다. 트럼프가 맥킨리를 추앙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맥킨리는 미국 제국주의의 원흉이라는 비판을 두고두고 받고 있다. 맥킨리가 하원 의원 시절 주도한 수입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은 이후 미국 경제가 심각한 불황을 겪게 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맥킨리는 암살당하며 생을 마감했다.
1930년 시행된 스무트-홀리법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품목에 대해 평균 59%의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이다. 이 법이 시행된 후 유럽 등이 보복관세를 단행했고 그 결과 전 세계는 공황의 늪에 빠졌다. 닉슨 집권 시기에도 보편관세 10%가 추가 부과된다. 이후에 중동발 오일쇼크가 닥치면서 미국은 스태그플레이션을 겪는다. 미국 무역수지는 1976년 이후 한번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미국의 관세 부과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는 국면에서 동반되었던 정책인 것이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기가 침체로 돌아설 경우 경기침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될 것이다. 통상 패러다임이 자유무역서 보호무역으로 변화하고 자유무역으로 묶여있던 국가들의 결속력이 약화되는 과정에서 전 세계적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다. 관세 부메랑이 모든 지역을 휩쓸고 미국 자신에게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참고:
- 김경민, 〈관세 확 올리려는 트럼프···‘1930년대 대공황 악몽’ 엄습〉, 《경향신문》, 2024. 11. 10.(https://www.khan.co.kr/article/202411101704001)
- 김원철, 〈기어이 ‘관세 전쟁’ 트럼프의 속내…38년 전 낸 광고엔 노골적〉, 《한겨레》, 2025. 2. 2.(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1180404.html)
- 한애란, 〈트럼프 관세폭탄, 53년 전 닉슨 ‘보편관세’의 데자뷔〉, 《동아일보》, 2024. 11. 30.(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41129/130534066/1)
- Keshav Srikant, "Fact Check: Is it realistic to replace the income tax with tariffs?", Econofact, Jul. 15, 2024. (https://econofact.org/factbrief/is-it-realistic-to-replace-the-income-tax-with-tariffs)
- Kimberly Clausing and Maurice Obstfeld, "Can Trump replace income taxes with tariffs?", PIIE, Jun. 20, 2024. (https://www.piie.com/blogs/realtime-economics/2024/can-trump-replace-income-taxes-tarif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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